엄마 사슴
공광규 지음, 이여희 그림 / 바우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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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슴

 

  일러스트가 너무 예뻐서 선택한 서평도서였는데 책을 덮고 결국 눈물이 났다. 단순한 그림책이 아니라 시인의 시를 그림으로 더해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공광규 시인은 자연 친화적이고 호방한 시 <담장을 허물다>2013년 시인과 평론가들이 뽑은 가장 좋은 시에 선정된 이력이 있다. ‘티브이를 보는데...’로 시작되는 이 시는 아기 사슴을 지키려는 엄마 사슴의 필사적인 몸부림과 희생을 그려냈다. 이여희 작가님의 그림이 이 시를 더욱 아름답고 뭉클하게 표현해주는 것 같다.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도 떠올랐다. 모자지간과 다를 바 없던 잎싹과 초록이. 잎싹이 초록이를 보듬고 자신보다 그의 정체성과 꿈을 생각하는, 종을 초월한 모성애를 보여준 것에 깊은 감동을 느꼈었는데, 이번 <엄마 사슴>은 아기 사슴의 목숨을 위해 악어와 함께 강물 속으로 사라졌다. 뽀글뽀글 하얀 거품만을 남긴 채 이내 조용해진 풍경에 주변에 있던 코끼리와 원숭이 가족은 서로를 더욱 꼭 끌어안는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강을 건너기 바빴던 아기 사슴은 땅에 도착한 뒤에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결코 모를 것이다. 자식은 그렇게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희생과 사랑 덕분에 누군가의 자녀인 우리 모두 이렇게 성장해온 것이다.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밀림과 같은 풍경에 눈을 빼앗기다가 아기 사슴을 구하기 위해 거침없이 악어의 입으로 돌진하는 엄마 사슴의 행보를 보고 무조건적인 사랑의 대표적인 존재, 엄마에 대해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나도 엄마가 있고, 우리 아이의 엄마인데 이렇게 지극한 모성애를 갖고 있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엄마 사슴처럼 목숨을 담보로 하진 않았지만 그러고 보면 나도 아기가 태어난 순간, 아니 뱃속에 품은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아이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됨을 발견했다. 차 안에서 카시트에 타고 있는 아이의 얼굴에 따가운 햇볕이 다가오면 필사적으로 내 팔로 그늘을 만들어주고, 아이가 잘 때마다 내 손을 붙들고 깔고 뭉개며 곤히 잠들면 그제서야 팔을 살짝 꺼내 저렸던 내 팔을 주물렀다. 우리 엄마는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절판된 한문 참고서를 구하려고 배다리 중고서점을 샅샅이 뒤져 결국 책을 손에 쥐어주셨더랬다.

 

  짧지만 깊은 여운과 먹먹함을 남긴 이 시를 통해 인간의 사랑을 넘어서는 동물 어미의 지극한 모성애를 다시금 발견했다. 우린 그렇게 소중한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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