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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마음 둘 곳 없는 날 - 관계가 버거운 이들을 위한 고요한 밤의 대화
윤채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8월
평점 :
아무래도 마음 둘 곳 없는 날
포근한 대화체로 나에게 다정히 다가오는 저자의 모습이 마치 마주앉은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책의 부제 역시 ‘관계가 버거운 이들을 위한 고요한 밤의 대화’ 였으니 노을 진 창밖을 바라보는 고양이의 뒷모습이 그려진 표지만큼이나 아늑한 분위기였다.
상담을 받고 있는 것처럼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열렸다. 상대가 이성이든 동성이든 나이를 불문하고 관계에 버거움을 느끼는 것은 예외 없이 모두에게 해당되는 부분일 것이다. 모든 사람과 100% 잘 맞는 사람이 있을까? 난 없다고 본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어찌됐든 이 책은 누군가를 판단하는 잣대가 아닌,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여졌다. 그러기 위해 먼저 내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 눈물의 1순위는 바로 나였으면 한다는 저자의 바람이 독자인 나에게도 와닿았다. 누구보다 날 가장 잘 위로해줄 사람은 바로 자신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눈물은 응어리 진 마음을 말끔히 비워주는 처방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20대 치기어린 내 눈물의 이유는 이별이 가장 큰 이유였다. 나에게 상처 준 존재가 미워서, 그러면서도 좋아하는 마음이 쉽게 잠잠해지지 않아 서둘러 감정을 정리하기도 어려웠던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울고 아파한 내 자신이 안쓰럽다. 사랑을 잃었다는 사실보다 나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건 좀 더 어른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그의 잘못은 잘못대로, 내 남은 마음은 그것대로 어느 한쪽도 부정하지 말라는 저자의 조언이 내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만 같다.
아무리 편한 관계라도 긴장의 끈은 내 손으로 붙잡고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오래도록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의지가 되는 사람에게 속 얘기를 꺼내는 건 자연스럽지만 매번 내 감정을 ‘토로’ 하면 상대는 부담을 느낄 수 있으므로.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마치 내가 감정의 쓰레기통이 된 것마냥. 누군가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짊어질 여유와 체력이 되는지는 나 스스로 점검해보아야 하며, 특히 감정이입이 잘 되는 타입이라면 더더욱 그것을 챙겨야하겠다. 친할수록 배려와 존중을 더 명심하는 것. 어렵지만 꼭 지켜야하는 룰이겠다.
나와, 상대의 관계를 위해 더 강인하고 행복해지고 싶다. 밤새 뜬눈으로 지새우며 고민하지 말고. 내 마음부터 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