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정신과 의사 - 뇌부자들 김지용의 은밀하고 솔직한 진짜 정신과 이야기
김지용 지음 / 심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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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정신과 의사

 

  얼마 전에 종영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를 참 재밌게 봤었다.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이 책 또한 진료실 안, 내 건너편에 앉아 있는 사람도 나와 아주 비슷한 평범한 사람이란 걸 알게 해준, 솔직담백하고 진솔한 책이었다. 저자 김지용님은 연대 의대를 졸업 후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과정을 수료한 전문의였다. 몇 년 전 시작한 팟캐스트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줄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의 첫 단독 저서인 <어쩌다 정신과 의사>를 한 번 살펴보자.

 

  여러 상담가들을 비롯해 정신과 의사는 인간의 마음을 분석하고 판단하려 드는 사람들같단 느낌에 달갑지 않은 부분도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은 회복의 여정을 함께 하는 가이드로서 저자의 생각과 감정을 누구보다 솔직하게 들려주었다. 많이 듣고, 적으며 매일 다양한 세계를 경험한다. 그 감상을 기록하며 깨닫는 순간들을 타인과 공유하고 싶었단다. 그리고 정신과의 문턱이 낮아지길 소망한다고. 그 문턱을 높게만 보고 질질 끌다가 삶이 무너진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왔다고 말했다. 여느 저서와는 다르게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 비록 독자의 기대에 반한다 할지라도 정신과 의사가 어떤 사람인지 솔직하게 이야기하고자 했다. 또한 저자의 사적인 이야기 외에도 진료실 안팎에서 만난 이들과 겪은 일화가 수록되어 인간의 심리와 관계를 다루었다. 특별히,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를 허락받은 특별한 직업이라는 감사함도 묻어나와 읽는 동안 뿌듯했다.

 

  그가 정신과 레지던트가 되기 위해 몇 개의 관문을 통과했던 경험은 인상 깊었다. 면접장에서 질문지를 뽑아들고 난생 처음 보는 정신과 의사의 이름과 함께 그가 만든 이론의 몇 단계를 구술하라고 적혀있는 글자를 보았다. “모르겠습니다.” “0점입니다.” 그러나 얼마 뒤 합격자 발표에서 전공의 선발에 합격했음을 목도했고 인생은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음을 절실히 느꼈다고.

 

  상담이 잘 통하지 않는 조현병과 조울증 치료를 경험하며 멘붕을 겪기도 했지만, 중요한 것은 초짜 의사의 정체성 찾기가 아니라 환자의 회복임을 느끼며 아직 가보지 못한 유럽 여행의 긴 여정 중 두 번째 나라쯤에 있을 때가 이런 느낌일까? 라며 더 멀리, 더 많은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

 

  주변에 우울증 환자가 제법 있다. 이것이 아직도 의지의 문제라 말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이렇게 단언한다. “굳게 마음 먹으면 좋아질 거라는 말, 함부로 하지 마시라. 그게 안 되니까 질병인 것이다.” 라고. 그러니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시라. 정신 질환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질환이라는 것은 이미 수많은 연구로 입증되었으니 말이다.

 

  한량 의대생에서 열혈 정신과 의사가 된 저자의 슬기로운 정신과 생활이 궁금하시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매우 친근하며,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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