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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비적성 - 살림 비적성 요리 비적성 엄마 비적성 여자의 육아 탐험기
한선유 지음 / 라온북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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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비적성
하하하! 너무 재밌다. 이렇게 순식간에 빠져들어 읽어본 책은 참 오랜만이다. 저자는 임신을 하고 엄마가 되어 출산과 동시에 자신이 육아비적성이라는 걸 커밍아웃하고 같은 육B족(육아비적성人을 지칭함)을 위해 이 책을 썼다! 사회적으로 처음 ‘어머니 당하던’ 날의 에피소드는 무척 공감되었다. 바로 산부인과를 방문하던 날이었다. 자신보다 나이 들어 보이는 간호사가 “어머님, 검사받으러 오셨죠?” 라며 저자를 불렀을 때의 그 느낌적인 느낌! 꽤 비호감이었나보다. 나도 임신했다는 사실보다 어머니라고 처음 불렸던 그 때의 당황스러움이 뇌리에 박혀있다. 임산부가 된 저자는 그야말로 한없이 불쾌하고 힘들고, 배고프며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는 최악의 병맛이었다고 회상하니 세상만사 다 귀찮아졌던 내 모습도 오버랩되면서 피식 웃음이 났다. 거의 막달까지 입덧을 하며 웩웩거리던 난 이 책의 말마따나 ‘미친뇬’ 딱 일보 직전에 출산했다.
목차를 살펴보니 너무 재치 있고 웃기다. <1일 1닭, 19마리째 잡아먹던 날>이라든지, <각종 육아법 안 본 눈 삽니다>, <블로그 인스타 못하자: 따봉거지의 독방 육아>, <김지영식 복직은 이곳에도 없다> 등 현실감 있는 문구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난 저자가 나눈 네 가지 타입의 입덧러 중 ‘다이어터’ 형이었다. 식음을 전폐하고 냄새도 못 맡고 아무것도 못 먹어 링거까지 맞아야 하는 스타일. 다행히 링거까진 안갔지만 남들 12~16주에 끝난다는 입덧을 거의 9개월까지 했다! 그럼 말 다했지 모. 저자는 먹덧이었나보다. 책은 ‘걸뱅이’ 라고 표현했는데 비위는 약하고 욱욱거리나 울렁거리는 속에 먹을 것을 채워 넣어야 사는 스타일이란다. 남편이 “도대체 닭을 몇 마리 잡아먹어야 아기가 나오는 거야?” 라며 투덜댔다지만 그래도 배달의 민족을 자처한 남편이 있어서 다행이다. 아내가 힘들면 남편이 도와야지. 암.
출산 후엔 아이의 전집을 중고로 사려다 사기당한 에피소드도 나왔다. 오매불망 중고나라에 키워드 알람 등록을 해놓고 기다리다 그 원하던 전집 시리즈가 저렴하게 나왔다는 것이다. 100만원이 넘고 중고도 60만원이 넘는 그 전집이 32만원에 나왔다니. 이건 안 살 수가 없는 것이다. 두달 치 분유값을 벌었다는 쾌재를 부르며 입금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물건이 오지 않아 범죄사건과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아이 키우느라 힘든 육아족에겐 이런 식의 발품을 파는 일이 종종 있지만 저자는 좁은 범위의 지인 사이의 중고 거래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알뜰살뜰하게 사는 것도 참 어렵다.
육아도 선택의 문제이며 둔감하게 키워도 된다는 말을 심리 카운슬러 우에니시 아키라의 <둔감력 수업>을 제시하며 말했다. 누구나 처음이라 능숙할 수 없는 육아에 대해 시간을 두고 조급해하지 말자고. 아이의 울음을 너무 민감하게 큰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마음 속 울음을 더 챙겨보려고 애쓰길 조언했다. 이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같은 동지로서 육아탐험기랄까? 랜선 이모였을 땐 아름답게만 보였던 것이 현실 속에선 전쟁같음을 느끼며 그 와중에도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들면서 아이 앞에서 작아지지 말자고 느꼈다. 비적성이라고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다! 못하는 건 없다. 적성이 아닐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