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줄 생각은 없었어 - 우리가 지나쳐 온 무의식적 편견들
돌리 추그 지음, 홍선영 옮김 / 든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상처 줄 생각은 없었어

 

  내 의도와 상관없이 남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책을 읽고 말이다. 돌리 추그는 선한 사람들의 심리를 연구하는 사회 과학자이자 이 책의 저자이다. 미국인이고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이기도 하다. 책의 대부분은 미국인의 사례가 제시되었지만 동양인인 나도 그들과 비슷한, 아니면 조금 변형된 무의식적 편견들을 갖고 있음을 발견했다. 제목 그대로 상처 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스스로 선한 사람이라 믿으며 지나쳐 온 여러 상황들이 사실 편견을 깔고 있는 시스템이었고 나 또한 그 시스템의 일부였던 것이다.

 

  책은 선량한 사람들의 심리에서 야기되는 불평등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누구에게도 나쁜 의도는 없었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다들 자신이 선한 사람이라고 믿지만 누구나 가끔은 완벽히 윤리적이라고 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고.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각자 바라보는 세상은 너무나 다른 모습이며 존재하는 차별은 그것을 인지하는 순간에만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세상에 차별이 없다고 느낀다면 그건 내 눈앞에 놓여진 그 상황이 차별임을 분별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이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선한 것과 선하다고 믿는 것은 다르다고. 그 괴리는 자신이 선하다는 믿음이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자기 확신으로 이어져 자기합리화에 빠지게까지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선하다고 믿는 것에 의문을 제기해보자. 그래서 저자는 선하다고 믿는사람에서 선함을 구축하는 사람이 되자고 말한다.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깨닫고 잘못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바라 마지않는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길이다.

 

  난 한국인이고 뿌리 깊게 박힌 역사적 문화의 단점까지도 어느새 흡수해버린 것 같다. 고루한 성 고정관념이랄지 나도 모르게 느끼는 인종차별 등등. 다양성과 포용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개인의 역학 또는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일까? 목차를 살펴보니 선한 개인의 무의식적 편견과 시스템에 감춰진 집단적 특권이 나왔다. 저자는 구축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동하자고 말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우리에게 주어진 일상적 특권을 바로 보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네 가지 선의를 조심하며 의도적 인식을 선택하고, 대화를 이끌려 적극적인 포용으로 관여함을 제시했다. 여기서 네 가지 선의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먼저 발췌해 읽어보았는데, 그것은 자부심, 연민, 외면, 긍정적 고정관념이었다. 선의에서 비롯되었지만 타자화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 유형이었다. 행동이 기반되는 의도적 인식은 타인의 이야기와 행동에 불편함을 느꼈을 때도 그 자리에 남아 귀 기울이는 것이다. 이런 실천이 성장형 사고방식을 이끄는 주요 요건이다.

 

  내 생각만큼 내가 윤리적인가 생각해보니 난 모순덩어리임에 분명했다. 꽤 불완전하지만 선량하다고 믿고 싶은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덕목을 갖추고 싶다면 꼭 정독해보자. 놓쳤던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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