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집이 있다
지유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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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집이 있다

 

  평온한 행복. 저자가 집을 그리며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이 독자인 나에게도 전달되었다. 집을 그리는 행복한 화가. 그의 눈에 담긴 집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서 힐링과 치유이자 가족이며 그리움이었다. 이쯤 되니 작가의 집이 궁금해졌는데 책날개에 마침 소개되어 있었다. 강원도 삼척 추추파크. 나한정역에 지유라 집이야기 갤러리가 있단다.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지유라 작가의 작품을 몇 년 전 서울시청 하늘광장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녀에게 집은 십 수 년간 집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했던 자신에게, 돌아갈 곳이고 쉬어가라 자리를 내어주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줄곧 집 이야기를 나무에 그렸는데 추억 속 옛 도심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들이 가득했다. 중부시장 건어물 가게나 염천교 구둣방, 을지로 조명가게 등 서울의 집들이 시골 못지않게 정겨웠다. 집 시리즈를 나란히 붙여 디스플레이하거나 나무 틀 위에 얹어 설치하면 또 다른 분위기가 돋보여 설치방식에 따라 자유자재로 달라지는 색다른 분위기에 취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저자답다.

 

 이 책을 읽고 난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에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를 떠올렸다. 내 어릴 적이라면 8~90년대인데 저층 아파트에 살았을 적 동네 골목길과 상점 위치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동네 꼬마들과 숨바꼭질하기 아주 좋았던 그곳은 이제 고층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버렸지만 추억의 집은 꼬마였던 날 소환한다. 피아노 학원을 다니던 3층 상가 건물엔 조흥은행(지금은 신한은행)1층에 있었고 그 옆에 문구점과 내 동생이 참새 방앗간처럼 들르던 오락실이 기억난다. 누구나 자기만의 추억의 건물이 있을 것이다. 이 책도 저자의 9년간의 그린 집 이야기를 엮었다. 여행길에서 만난 집, 추억의 집, 실존하는 집과 상상의 집. 어느 것 하나 눈을 뗄 수 없다. 특히 마지막에 실린 <안녕 365, 안녕 36.5>라는 제목의 글과 작품에선 마스크로 가려진 집을 연출했다. 창문이 마치 눈처럼 수신호를 보내오는 것 같다. 우리 모두 안녕하자고.

 

  영감을 찾아, 집 소재를 찾아 여행을 떠나면 모든 집들은 저마다 사연을 갖고 있었단다. 그렇게 길에서 만난 집은 할머니를 떠올리게도 하고, 식탐을 부르기도 했으며, 까무룩 잠들고 싶은 평온함을 느끼게도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어떤 느낌일까? 아름답고 행복한 우리 집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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