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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우산이 물었어 ㅣ 웅진 우리그림책 60
안효림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6월
평점 :



개구리 우산이 물었어
오랜만에 세로로 된 판형의 도서를 읽었다. 우산을 소재로 한 그림책이라 그런지 작가와 출판사의 협업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개구리 우산이 무지개 우산에게 질문했을 때 그의 대답이 무지개 빛깔 계단형식으로 넘기게 되어 있는 게 참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파스텔 톤의 따뜻한 일러스트도 내용과 참 잘 어울렸다. 짤막한 내용이지만 개구리 우산의 시선에서 세상을 보고 근원적인, 대답하기 꽤 어려운 질문을 던지기에 진지하고도 묵직하게 생각해볼 기회가 되는 책이다.
질문은 이렇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개구리 우산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신의 존재이유는 다양했다.
“머리카락에 비 맞지 않게 하라고 태어난 걸까.”
“옷 안 젖게 하라고?”
“감기 안 걸리게 하라고 태어난 걸지도 몰라.”
“멋있어 보이라고 태어난 건 아니겠지?”
“혹시 숨바꼭질 하라고?”
“장난치라고 태어난 건 정말 아닐걸.”
이런 질문들과 함께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러스트가 사랑스럽다.
강풍에 긴 머리칼이 휘날리는 소녀를 보고,
버스 옆을 지나가며 물벼락을 맞은 소년을 보고,
몸이 뜨끈뜨끈한 할머니에게 자신을 씌워주면서,
자신을 들고 벤치에 폼 잡고 앉아있는 청년을 보면서,
얼굴을 가린 채 자신을 푹 눌러쓴 꼬마를 보면서,
비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장난치기 바쁜 녀석들을 보면서 개구리 우산은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 정답이 없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자기가 왜 태어났는지 궁금해 하는 개구리 우산에게 무지개 우산이 대답해준다. 나누고, 기다리고, 만나서 친구하라고, 따뜻하게 꼭 안고 발맞추어 걸으며 오래오래 행복하라고 태어난 것 같다고 말이다. 개구리 우산은 그제야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네 인생도 개구리 우산처럼 쓸모보단 소중한 것을 찾을 줄 알았으면 좋겠다. 장마철이다. 쏟아지는 비가 상대적으로 하늘에서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볼링공같이 느껴지는 나비도 그 빗방울을 맞으며 생존하는 법칙을 가지고 있다. 우린 이렇게 모두들 저마다의 존재 이유를 가지고 태어났고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