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기 쉬운 마음을 위해서
오수영 지음 / 별빛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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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기 쉬운 마음을 위해서

 

  ‘우리는 낯선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며 녹초가 되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무심함을 베풀며 위안을 삼는다.’ 는 문장엔 나의 깨지기 쉬운 마음을 들킨 듯 얼얼하다. 타고난 성격과는 상관없이 내가 만들어놓은 이미지를 입고 출근했다가 정작 사랑하는 가족에겐 마음 쓸 여력이 없는 듯한 주객전도가 된 모습에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난 회사에서 깨지고, 사회에서 얻어맞고 그렇게 마음에 금이 가면 또 다시 가족에게 가해자가 되어 그 조각을 던지고 만다.

 

  산산조각이 난 마음이 정작 내 탓은 아니라고 자위해보지만 그래도 결과만 보면 패배한 선수마냥 나가떨어진 모양새가 슬프다. 오수영 작가는 이 산문집에서 그 깨지기 쉬운 마음을 나약하다고 생각하는 대신 남들보다 섬세하게 관통하고 있는 것이란 말을 하며 자신 또한 그 사실을 깨닫게 될 때까지 수도 없이 무너져 내린 사람이었다고 회상한다.

 

  과거의 연애 이력들로 겁쟁이가 되어버린 자신을 마주하며 이제는 어떻게 해야 덜 상처받게 될지 궁리만 하는 못난 어른이 되어 버렸다고 자조하는 저자. 만남을 갈망하면서도 만남의 무게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졌다는 비극은 나도 동감했다. 나이는 차고 옆엔 아무도 없던 나는 어른들이 소개해준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거북스럽고 부담스러웠다. 상대와 마주앉아 어떤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야하는지도 두려웠고 그 순간을 회피하고 싶기만 했다. 마음에 안 든다는 핑계로 더 이상 소개는 받지 않았지만 결국 누구의 소개가 아닌 나 스스로 지금의 배우자를 찾았고 결혼까지 했다! 겁쟁이였던 난 수없이 긁히고 깨져 못쓸 것 같던 마음을 다시 회복했다.

 

  우린 상황 외에도 상대의 말을 통해 마음이 꽃과 같이 만개하기도, 시든 꽃처럼 풀이 죽기도 한다. 말은 도자기를 제작하는 것과 같다는 표현이 와 닿았다. 점토가 돌아가고 있는 물레에 양손을 세심히 가져다 대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접근. 그것이 필요하다. 말을 다듬는 것에 미숙한 나머지 말로 상대에게 상처를 준적은 나부터 있다. 마음이 소란해진다면 좀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며 단어와 말투를 골라 정성껏 건네 보자. 내가 하는 말에 향기가 날지도 모르니까.

 

  오은 시인의 감상대로 저자 오수영님은 빠른 세상을 슬로 모션으로 바라보며 거기서 마주하는 삶의 이면을 외면하지 않고 어루만진다. 자기 성찰과 함께 경험한 에피소드를 풀어 나지막이 독자들에게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깨질까 걱정되는 마음을 헤아리며 조금씩 단단해지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이 산문집을 함께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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