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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나를 인정할 시간 - 지나온 삶, 지금의 자리, 다가올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나이
양은우 지음 / 예문 / 2020년 6월
평점 :
50,나를 인정할 시간
반백살, 흔히 50을 드디어 천명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知天命)’ 이라 한다. 아직 내겐 오지 않은 나이지만 이미 부모님은 이 나이를 훌쩍 넘으셨다. 베이비붐 세대로 살아오신 부모님은 50대에 찾아온 갱년기와 자녀의 출가 등으로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책소개에도 나와 있듯 역사상 가장 ‘젊은’ 장년으로 꼽히는 지금의 오십 대는 사회에서 보듬어주는 목소리가 부족한 듯하다. 사회에서 쏟아놓는 정책도 마찬가지고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소위 꼰대로 통하는 나이대라 소외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들도 마땅히 위로받아야 할 세대임은 분명할 터. 저자는 지나온 삶의 가치를 인정할 시간, 현재의 내 모습을 인정할 시간, 다가오는 변화를 인정할 시간으로 명명하고 우리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인 기성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저자는 어머니가 밤늦게까지 텔레비전을 켜 두신 이유를 제일 첫 에피소드 제목으로 소개했다. 혼족이 많은 요즘, 젊은이들도 외로움에 집에서 누군가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 텔레비전을 곧잘 틀어놓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식들에겐 전기를 아껴 쓰라며 잔소리를 하시면서도 당신은 정작 왜 아무도 보지 않는 텔레비전을 끄지 못하게 하는지 알 수 없었다고 느꼈단다. 저자는 문득 그것이 외로움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남편은 사별했고 자식들은 출가했기에 집으로 돌아와도 마땅히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었던 어머니. 유일하게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수단이 텔레비전이었던 것이다. 어머니가 느낀 삶의 외로움을 이해할 수 있다면 자식은 철이 든 것이겠지. 이렇듯 오십은 부모를 이해할 나이이며, 나이 듦은 우리를 또 다른 차원의 성찰로 데려가 준다.
최근 경비원 갑질피해로 소중한 목숨이 사라졌다. 며칠 전엔 어떤 주민이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를 추진하는 일에 반대하는 주민의 동조를 구하는 문구를 보고 너무 놀랐단다. 반대하는 이유들이 정말 기가 막혔다. 매달 관리비가 죽을 때까지 올라간다, 공기가 오염된다, 공기가 오염되면 수명이 단축되며 00같은 큰 아파트도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를 해주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올여름 역대 최고 폭염이 올 거라는데 이런 사실을 접하니 마음이 무겁다. 이 책 <다시, 배려와 존중을 생각하다>란 에피소드에선 이와 상반된 따뜻한 내용이 들어있어 흐뭇했다. 아파트 관리소에서 모든 경비초소에 에어컨을 설치하겠다는 공고문 곁에 다른 공고문 하나가 붙었는데 이번엔 경비원들이 붙인 것이었단다. 에어컨을 설치해준 주민들의 성의에 감사하며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지 않도록 최대한 아껴 쓰겠다는 내용이었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저자의 말마따나 세상은 더불어 사는 공간이다.
이렇듯 책은 에세이의 형태로 짤막한 에피소드와 저자의 생각들을 이야기하며 전환기에 선 오십대가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할지에 대해 말해준다. 지금의 위치가 낯설더라도 담담한 마음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연습을 하자고 말하면서 지금껏 잘 살아온 자신을 위로하고 새로운 인생관으로 나이들자고 조언한다. 표지의 색감과 질감처럼 고급스럽게 삶을 살아나가자고. 그리고 이러한 50을 바라보는 다른 세대들도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