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도 배달해 드립니다 - 현직 배달인이 쓴 일상글과 사랑시
임주형 지음 / 대경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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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도 배달해 드립니다

 

  나와 열 살 남짓 차이가 나니 아직 20, 많지 않은 나이지만 또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 불만보다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좋았다. 책 또한 진정성이 느껴지는 자신의 에피소드가 담겨있고 재치있는 언어 구사가 마음에 들었다. 부제에는 현직 배달원이 쓴 일상글과 사랑시라고 적혀 있었는데 시와 산문의 복합구성이 읽는 이를 지루하지 않게 해주어 또한 좋았다. 책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저자가 편집자와 만난 에피소드를 블로그로 보았다. ‘하루하루를 찐하게 살아가는 청년이 바라보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편집자님이 임주형 저자와 만난 내용을 쓴 것이다. 메일로 원고가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울산 반구동에 있는 토림국밥에서 앳된 얼굴을 가진 저자를 만나 보기와는 다르게 연륜이 묻어나는 글을 쓰게 된 멋진 청년이라고 소개했다. 힘든 와중에도 상담사 자격증을 따고 새벽까지 국밥을 배달하고 틈틈이 글을 쓰는 부지런한 저자의 모습에 나도 반했다. 책 작업을 하며 원고를 세 번 통독했단다. 어린 나이에 힘에 부쳤을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겪어냈다는 것에, 이토록 정제되고 담담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에, 원고에 담긴 작가의 언어가 칼을 벼린 듯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함이 묻어나온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편집자의 느낌과 같이 독자인 나 또한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가는 모습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글은 글쓴이의 삶의 태도가 반영된다. 임주형 작가는 본업과 취미 생활을 병행하면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많은 이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면서 발휘해왔다. 그만의 관록이 느껴졌다. 화려하지 않아도 투박하고 솔직한 문체에서 저자 개인의 성장기와 진지한 고민의 흔적이 더욱 진실되게 느껴졌다. 문장을 유려하게 쓰려고 노력하지 않아 더욱 날 것으로 느껴졌고 생기 있어 보였다.

 

  카페에서 마음에 드는 바리스타 직원분을 보고 좋아하지도 않는 카페라떼를 마시며 쿠폰을 모았고 그것이 완성되는 날 제대로 말을 걸어볼 진부한 계산을 했는데 그녀가 그만두는 바람에 예열만 하고 출발을 못 한 자동차 신세가 된 아쉬움을 남긴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다. 꼭 고백할 타이밍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과감한 용기로 정공법을 사용해야 되겠다는 수많은 기회의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나도 다짐해보았다.

 

  책은 3장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1,2장과 달리 3장은 이성에게 느낀 감정을 단편적인 시집처럼 표현했고 글자도 앞선 것보다 더 진한 핑크색으로 설렘을 강조했다. 가히 저자만의 사랑스러운 면모가 돋보이는 편집이라 할 수 있겠다. 3장은 내 어릴 적 치기어린 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사랑시로 유명한 원태연의 손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만큼 널 사랑해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와 같은 시집이 생각나기도 했다.

 

  이 책을 보니 그가 2년 전 처음 냈다는 시집 나무그늘, 뒤죽박죽 글귀 에세이도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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