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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눈부신지 네가 눈부신지
김지영 지음 / 렛츠북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아침이 눈부신지 네가 눈부신지
시집의 제목은 수록된 어떤 시를 대표해 짓곤 하는 것 같다. 예쁜 이 시의 제목을 목차를 둘러보며 찾았다. 속으론 연인과의 사랑을 나타낸걸까? 하고 예상했는데 페이지를 넘겨보니 저자의 아이로 보이는 똘망똘망한 꼬마의 사진이 삽입되어 있었다. 아! 자녀를 향한 부모의 마음을 담은 제목이구나 싶었다. 나도 아이가 있는 엄마이다 보니 어쩌면 사랑이란 건 남녀간의 사랑보다도 더 순수한 모성애가 제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밤에 아이와 함께 눈을 붙였다가 새벽에 잠꼬대를 하는 아이의 옹알이에 잠을 깼다. 자기 전에 천장에 붙여진 별을 보며 “벼얼~”을 줄곧 부르던 아이는 꿈속에서도 반짝이는 무수한 별을 보았나보다. 눈을 꼭 감은 채 손가락을 허공에 가리키며 “별~”이라고 잠꼬대를 하는 모습을 보니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그 한밤중에도 눈부셨다. 아이가 본 그 별보다도 더욱. 이 시의 문구 ‘아침보다 눈부신 너를 만들어 세상을 웃게 한다(중략) 이렇게 맑고 빛나는 너의 동그란 얼굴이 웃음 범벅인가 봐’ 가 더 와 닿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일 테다.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나 또한 감수성을 발휘할 만한 직업군은 아니다.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했던 것이 직업으로 발휘되진 못했지만 이렇게 서평을 쓰고 많은 작가들을 책으로 만나는 걸 즐겨하는 게 진정한 취미 아닌가싶다. 저자는 꿈꿔온 작가의 길을 이 책을 통해 실현했다. 모든 사물을 자신의 마음에 비춰보고 잔잔한 의미를 찾아내어 만든 글들이 담뿍 담겨있다. ‘시 쓰는 회계사’ 김지영님을 응원한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82년생 김지영’ 이란 책 제목이 대변하듯 매우 흔하고 평범한 이름에 대해 ‘고유명사지만 고유적이지 않은 내 이름’ 이라며 여러 가지 의미의 ‘나’를 발견하는 저자의 태도가 아름답다. 나 또한 “혜” 라는 글자가 들어간 여자아이의 매우 흔한 이름인데 어느 날 종현의 “혜야” 라는 곡을 들으며 내 이름에 대해 만족했던 적이 있다. 때론 에세이같이, 때론 시같이 길고 짧은 문장을 서두르지 않고 호흡하며 독자에게 따뜻함을 안겨 준, 제목만큼 예쁜 이 책을 모두에게 추천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