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고 슬퍼하는 모든 영혼에게
이청안 지음 / 레몬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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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저자의 책을 읽고 내 인생에서 이별했던 이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문장 곳곳에 내 모습이 오버랩 되어 있었다. 이별의 고통은 삶의 시간 일부분을 상실한 것 마냥 아프기도 했고, 부질없는 것이라 치부하며 자조하는 날 보게 만들기도 했다. 묵직한 상처는 낯설었다가 익숙해졌다. 형태가 다를 뿐 본질은 같았다. 난 이별을 겪는 내 모습이 처절하게 느껴져 흐느꼈었다. 내 소중한 친구나 연인을 지켜내지 못한 그 시절이 때때로 불쑥 나를 덮쳐와 마음을 아프게 할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할 그 순간을 위하여 이 책의 제목처럼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여길 것이다.

 

  꽤 좋아했던 그를 떠나보내고 내 기억 속에 자동으로 저장된 그의 생일이 돌아왔다. 달력은 아무런 표시도 되어 있지 않았는데 빨간색으로 동그라미를 그려놓은 것처럼 내 눈엔 그렇게 보인 날이 있었다. 이별을 실감했다. 책의 문장처럼 내가 사라진 그의 삶에 그가 특별한 날을 맞이했다.’라는 말이 꾸깃해진 마음을 더 움츠리게 한다. 멀리서나마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건 아직 마음속에 좋은 기억만 남아있어서일까?

 

  마흔 하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고모를 떠올리며 저자는 누나의 죽음 앞에 상실감에 빠진 아버지를 기억했다. 고모의 죽음 이후 반년이 안 되어 재혼한 고모부. 순식간에 벌어진 참사에 영원한 사랑은 없다는 걸 배웠다는 그녀. 그것보단, 천륜도 인간의 의지 앞에선 무능하다는 걸 알아버려 배신감을 느꼈다고. 고종사촌들은 저자의 고모인 친모의 존재를 빠르게 잊어갔고 그 모습에 저자는 마음에 저려왔나보다. 어찌되었건 이별은 관계와 정의를 새롭게 써내려가는가보다.

 

  이 책을 받아들고 저자의 친필 손글씨에 반했다. 책 표지를 딱 넘겨보니 내게 써준 짤막한 편지글이 예쁘게 쓰여 있는 것이었다. 책의 내용에도 저자의 캘리그래피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왔다. 평소 직원들 생일에 상품권을 전달하면서 축하한다고 적은 봉투가 남의 집 냉장고에 붙어있다는 사실에 감격하며. 자신의 시그니처인 손글씨가 누군가에게 특별함이 되었다니 읽는 나마저도 기분이 좋아졌다. 나도 생각해보니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은 잊지 않기 위해 눈에 띄게 해놓는 것 같다. 냉장고엔 우리 가족사진이 붙여있고, 부모님이 메모지에 적어놓은 국은 데워서 먹고, 냉장고 두 번째 칸에 있는 반찬 3개 꺼내먹어라.’같은 류의 일상적이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메시지도 그렇다. 난 누군가에게 이렇게 특별한 감동을 주는 사람일 수 있을까?

 

  이청안 작가의 산문집은 나의 가슴 뻐근했던 추억마저 소환했지만 채근하지 않고 날 따뜻하게 위로해주었다. 마치 우리가 겪었던 사랑의 조각들도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는 사실에 감사하자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다시 눈부시고 싶다. 사랑에 속더라도 그 빛나는 순간을 위해 이별 따위에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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