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것들은 모두 나를 울게 한다 - 사랑, 삶 그리고 시 날마다 인문학 2
김경민 지음 / 포르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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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것들은 모두 나를 울게 한다

 

  소설가 보르헤스는 말했다. “우리 인생에는 약간의 좋은 일과 많은 나쁜 일이 생긴다. 좋은 일은 그냥 그 자체로 두어라. 그리고 나쁜 일은 바꿔라. 더 나은 것으로. 이를테면 시 같은 것으로.” 라고. 이 책 날개에 소개되어 있었다. 상처엔 000이라는 광고 문구를 빌려 때론 해독제처럼, 소화제처럼 시로 치료하고 싶다. 이 책엔 50편의 국내 시와 저자의 단상이 실려있다. 공을 들여 시를 고르셨을테니 독자로서 고마움을 가지고 감사히 읽어보겠다.

 

  제목에 나도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진 까닭은 무얼까? 나도 사랑 때문에 울어본 적이 제법 있어서일까? 이 책의 목차는 총 2부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1부는 <이별과 상실, 그 이후>, 그리고 2부는 <그럼에도 삶은 계속 된다> 이다. 이별의 능력과 그것을 애도하는 방법, 이별의 태도와 그것의 완성이 여러 시를 통해 드러난다. 또 관계는 공감으로부터, 사랑은 수용으로부터 등등 삶이 계속될 수 있는 것에 대해 일러준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가수 싸이의 <어땠을까?>와 쿨의 <벌써 이렇게>를 들었다. 지난 사랑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고, 다시 찾아온 사랑에 대해 설레기도 했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오늘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내 인생에 등장했던 그들이 떠올랐다. 내가 더 사랑해서 약자였던 적도 있었고 그래서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는 문정희 시인의 찔레라는 시의 문장이 더 와닿았는지도. 정호승 시인의 을 읽었을 땐 벽창호 같은 모습을 보였던 나와 그대의 모습이 생각났다. 서로 고집을 부리고 상대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았던 그 때. 저자는 예전보다 편안할 수 있는 이유가 더는 벽을 만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별 속에 벽이 아닌 다른 무언가, 어쩌면 매력적인 풍경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일말의 상상 덕분이란다. 나도 우스갯소리로 남의 편이라고 한다는 남편과 말이 통하지 않을 때 벽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 봄눈 내리는 보리밭길을 걸을 수 있고라는 문장을 떠올리며 내공을 다져야겠다.

 

  저자의 시를 풀어쓴 단상은 참 마음에 들었다. 교과서적이지 않고 지극히 공감되며 위로가 되는 글들이라 여기 삽입된 시들을 좀 더 맛있게 음미할 수 있었다. 살면서 겪는 이별과 상실, 그리고 그것들이 할퀴고 간 상처에 연고가 되어주는 이 시들을 함께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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