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 - 사랑하면서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에 지친 너에게
정민지 지음 / 빌리버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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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

 

  우린 종종 낯선 이들보다 가까운 이들에게서 더욱 거리감을 느낄 때가 있다. 기대가 커서일까? 그렇다보니 가족을 비롯해 친구, 지인, 직장 선후배 등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우린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다. 어떻게 하면 마음을 덜 다치고 지낼 수 있을까? 저자는 이 고민을 이 책에 풀어놓으며 그들을 낯익은 타인으로 대접하자고 제안한다.

 

  언젠가 직장에서 나를 좋게 본 동료가 내 안정거리 안쪽으로 자꾸 파고듦을 느꼈다. 나와 친하게 지내고 싶은 것 같고, 더 나아가선 의지하고 싶은 것 같기도 했다. 난 좀 불편해졌다. 가족과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건강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데 하물며 직장동료가 내 삶의 영역을 침범하는 느낌이라니. 나에게 에너지를 과도하게 쓰는 바람에 그만큼 돌아오는 것이 없으면 쉽게 감정을 소모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난 질리기도 했다. 선을 긋고 싶었다. 우연찮게도 그는 나가떨어졌지만. 우린 서로 완전히 같을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감정을 덜어내어 나에게 덜 서운해지고 덜 집착하길 원했다. 그가 이 책을 보았으면 좋겠다.

 

  책을 보니 그 동료가 생각나 언급해보았다. 우린 다르다. 책의 목차 첫머리에도 우리는 다릅니다라는 제목이 붙어있었고 이어서 <내 맘 같은 친구는 없다>, <그 질문은 그 사람에게 받을 답이 아니다>, <당연하다는 생각은 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당신의 연대>로 이루어져 있다. 나를 둘러싼 낯익은 타인들은 나와 서로 연결되지 않을 시간이 필요하다. 필수적으로!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는 이렇게 말했다. “무사태평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 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 결혼생활은 전혀 다른 남녀가 결합하는 것이라 그 각자의 마음창고가 금방 차버린다. 금슬 좋은 부부처럼 보여도 각자 자신의 음습한 마음 창고에는 수 천 상자가 쌓여있을 것이다. 누구든 참고 쌓아두는 것이 있다는걸 아는 것만으로도 타인과의 동거생활은 조금 더 평화로워지겠지. 가족이라고 모든 것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모든 만남은 깨지기가 너무 쉽다. 친구와의 관계도 마찬가지. 인간관계가 유지되려면 일방적인 방법으론 불가능하다. 내 의지와는 별개로 멀어진, 수명을 다한 우정도 있고, 소박하게 남아있는 우정도 자신의 영역을 지키며 함께 나아간다면 계속 이어질 것이다. 친한 사이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내가 모르는 기분과 형편을 헤아려보려는 시도가 우정의 변질을 막는다.

 

  저자는 느슨한 연대 또한 강조했다. 우리는 모두 통증을 느끼는 존재다. 부위가 다르고 강도도 제각각이지만 통증을 느끼면서 나란 사람이 어떤 것에 무력한지 알게 되는, ‘자기 인식의 순간을 거치면 우린 상대를 완전히 이해할 순 없어도 서로 적당한 거리를 받아들이고 서로의 아픔을 존중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주변의 관계에 대하여 그들을 낯익은 타인이라고 생각하고 대한다면 관계가 미묘하게 가벼워짐을 느낄 것 같다. 가까운 이들과 상처를 주고받는 것에 지친 이들은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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