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내 방 하나 - 손 닿는 만큼 어른이 되어가는 순간들
권성민 지음 / 해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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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내 방 하나

 

  이 책은 권성민 PD의 일상과 에피소드를 통해 인생의 성장과 자립의 모습을 담았다. 저자는 MBC에 입사했고 부당해고와 복직 과정을 거쳤다. 꽤 열심히 살아왔고 그러면서 단단하고 여물어짐을 목격했다. 제목 그대로 서울에 자신의 방 하나 마련하는 과정에서 연철은 무쇠처럼 담금질이 되었을 거라는 누군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서울에 내 방 하나'는 중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독립해 스무 살에 서울에 올라와 '자취하는 인간'으로 살아온 저자가 경험한 순간, 다시 말해 '어른이 되어가는 순간'들을 기록하고 현재의 삶을 그려나가는 에세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고, 그만큼 홀로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적막한 외로움이 싫어 배경음으로 곧잘 TV를 틀어놓는다. 저자는 이런 예를 들면서 혼자 살면서 BGM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주로 집에 돌아와 불을 켜고 끌 때. 갑자기 달라진 공간감에 적당히 고요하게 채워줄 소리가 필요했다. 혼자 여행을 떠날 때는 노라존스와 하림의 음반을 들었단다. 소개된 곡을 나도 검색해서 들어보니 당장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천안에 살다 서울로 상경한 저자는 여느 서울살이들에 비해 서울에 온전히 마음을 붙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서울에서 친구들과 얘기할 때 주말엔 에 내려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에서 몸이 머무르는 공간은 집이 아니라 딱 한 칸짜리 방이었으니까 말이다. 정작 고향집엔 자신의 방이 없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괜찮았다. 온 가족이 있는 그곳에서 잠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따뜻하게 느껴졌으니까. 그러다 천안의 부모님 집이 새 아파트로 바뀌고, 그즈음부터 저자는 서울의 전셋집을 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자립의 순간은 이렇듯 문득 다가온다.

어릴적부터 애늙은이였다는 저자는 키가 큰 탓에 어리광이란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고 느꼈단다. 이런 어른스러운 아이는 교회 오빠로 자라 겸손을 기본 옵션으로 장착했다. 겸손에 집중한다는 얘기는 곧 자신의 모습에 집중한다는 말일터. 모든 상황에 자신을 의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자기중심적인 태도가 아닐는지 아이러니했단다. 진짜 겸손은 칭찬을 들었을 때 마음껏 기뻐하는 것. 그 순간을 누리는 것이다. 진짜 어른스러운 건, 어른인 척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저자는 알게 되었다. 저자의 의연한 날들의 기록이 담담하게 적혀있다.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며 내 인생과 비슷한 부분은 없는지, 다른 부분은 없는지 찾아보는 건 퍽 흥미롭다. 비슷한 또래라 더욱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다. 적어도 독자인 나는 그의 어른이 되어가는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 나 또한 단단한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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