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좋은 엄마 되려다 멈춰 서다 - 엄마로서 나 자신을 키우고 진짜 나를 만나는 안식년
허성혜 지음 / 혜지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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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섯, 좋은 엄마 되려다 멈춰 서다

 

  딱 내 나이다. 서른여섯. 나도 여자인데다 엄마다. 아직은 워킹맘이고. 저자의 글을 읽으며 무수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공감되는지 눈을 뗄 수 없었다. 나도 안식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서른 중반,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반자발적으로 백수가 된 저자는 비록 경력 단절이 되었지만 이대로 무너질 순 없다는 마음에 자체 <안식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내면에 숨겨져 있던 자기다움을 발견했고 말이다. 사실 그 누구도 그녀에게 사표를 내려고 등 떠민 적은 없었지만 아이를 낳은 후 양육과 애착 형성과 같은 무언의 압박감으로 인해 퇴사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엄마가 되고난 후 겪었던 시행착오의 원인을 발견했다. 지나친 불안으로 미래 벌어질 일을 현재 선택했다는 것, 노력하면 완벽한 엄마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다는 것, 엄마를 엄마라는 존재 그 자체로 인정하지 못했다는 것. 존재하지도 않는 이상적인 좋은 엄마라는 환상과 사느라, 실존하는 엄마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고. 안식년은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보고 내 안에 있는 내면아이와 마주하며 해맑은 미소 가득한 어린 시절의 나를 되찾을 수 있는 회복의 시간이라고 이야기했다.

 

  책은 어느 날 갑자기 여자에서 엄마가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조명하면서 시작한다. 아이 하나 생겼을 뿐인데 인생이 360도 달라졌다는 그녀의 말에 수긍의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기 전까지는 엄마가 된다는 것, 육아라는 신세계, 아이 양육의 진정한 의미를 몰랐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핑크빛 아름답게만 묘사되는 임산부의 열 달 동안의 과정도 실제로 겪어보니 학창시절 가정시간에 전혀 배우지 않았던 힘듦이 넘을 수 없는 산처럼 다가왔었다. 3개월의 출산휴가 뒤 육아휴직을 하지 않은 채 바로 복직했다. 저자는 육아휴직이 자신의 자기계발 시간이 아닌, 아이를 온전히 양육하는 육아의 시간이라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고 말했다. 1년 내내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산후 우울감으로 생기발랄함은 사라져버렸고 후회와 자책의 날들이 계속되었단다.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애를 낳았다고 느꼈단다.

 

  그리하여 잃어버린 를 찾아 안식년을 시작했다. 남편과 함께 부부상담을 받은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다. 부제는 상대만 거지 같은 게 아니라 나도 거지 같았다이었다. 나도 수백 번 내입으로 말해봤자 소용없는 걸 남편이 객관적인 삼자를 통해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을 먹은 적이 있었다.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저자는 사랑과 전쟁을 방불케 하는 서로를 향한 비난과 불만들이 부부상담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고 말했다. 계속된 상담 속에서 같은 사건도 다르게 해석하는 둘을 발견했다고. 상대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마음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는 걸 깨달았단다. 상담이 진행될수록 상대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미해결 과제가 많이 있음을 알아차렸다.(이를테면 돈 쓰는 것에 죄책감을 갖고 있고, 상대의 동의나 관심, 인정을 받아야 심리적으로 편함을 느끼는 것 등) 그러면서 이 모든 행동의 발단이 내면의 죄책감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났다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프레임을 상대에게도 접목시키려는 걸 발견하고 흠칫 놀란 것 같다. 더 좋은 관계를 위해 타인의 문제가 아닌 나 스스로 알아차리고 해결해야 할 자신의 과업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좋은 성과였다. 나도 부부상담을 할 상황이 안 되면 심리학 도서를 읽거나 개인상담을 통해 나를 비춰보고 싶다.

 

  저자는 안식년 프로젝트를 통해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관계를 재정립하기도 했다. 저자가 이야기한대로 비슷한 보폭과 공통의 관심사, 서로를 존중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며 따로 또 같이 걸어갈 것이라고 했다. 상대에게 서운함을 느끼며 내 기대치가 여러 인간관계를 깨고 있다는 걸 알아가며 그렇게. 또한 내재된 상처를 치유하고 나와 상대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릴 수 있도록 나만의 정답을 찾아가는 안식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좀 더 단단해진 내면으로 의미 있는 인생을 찾아가는 저자의 모습이 부러웠다. 나도 책을 읽는 잠시 좋은 엄마가 되고자 하는 강박관념 대신 나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묵묵히 나만의 속도대로, 나만의 우주를 향해 걸어 나가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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