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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어른을 위한 나태주 동시
나태주 지음, 윤문영 그림 / 톡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익히 들어보아 알고 있었다. 시 중에서도 동시는 옥구슬같이 맑고 티가 없어 읽는 독자의 마음마저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벌써 시인의 시 쓰는 일이 60년이 되었다고 한다. 이번 책은 어른들을 위한 나태주 동시라는 부제가 붙여졌다. 목차를 살펴보다가 <풀꽃2> , <풀꽃3> 라는 제목이 보여 먼저 찾아 읽었다.
풀꽃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풀꽃3
기죽지 말고 살아 봐
꽃 피워 봐
참 좋아.
개인적으로 풀꽃2를 읽고 마음에 들었다. 우린 누군가를 이름만 알고 있는 사이인지 색깔까지 알고 있는 사이인지, 혹은 모양까지 알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김춘수 시인도 ‘꽃’ 이라는 시에서 이름을 불러준다면 꽃이 된다는데, 누군가의 이름뿐만 아니라 색깔과 모양까지 아는 사이라면 분명 가까운 사이리라.
동시는 마음의 샘물이라고 한다. 마음이 갈급할 땐 동시를 읽어보시길 강력 추천 드린다. 어린이들만 읽는 책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이 다정한 글귀 하나하나를 필요로 하는 어른들 또한 마음에 새겨보시길.
<교회식당>이라는 시에선 저자가 앞니 빠진 일곱 살짜리 남자아이에게 깔보였던(?) 사연을 담았다. 교회 식당에서 국수를 먹고 나오는데 “할아버지, 국수 맛있었어?” 라고 물었던 것이다. “그래 나도 국수 맛있었단다” 종종 어린 아이들이 아무 악의 없이 반말로 질문을 하거나 친근하게 다가올 땐 버릇없기보단 귀여워서 한 번 더 눈길이 가곤 한다. 너무 예의를 차린다면 아이답지 못하달까? 어쨌든 이 시를 통해 생각나는 동네 꼬마가 있어 웃음이 났다.
나태주 시인이 희망하는 ‘세상에서 가장 고운 말을 들려주고 싶다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생각을 주고 싶다’ 는 그 마음이 읽혀져 책을 보는 내내 흐뭇했다. 내 나이 마흔이 가까워오지만 어릴 적 동심은 항상 지키며 살고 싶다. 이렇게 작은 들꽃을 보면서도 말을 걸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