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 - 딸의 우울증을 관찰한 엄마의 일기장
김설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

 

  인간은 누구나, 때로 우울하지만(또는 종종) 그것이 지속되면 자신도, 곁에 있는 가족도 괴롭다. 무방비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통곡하는 딸아이의 모습을 본 적 있는가. 엄마로서 얼마나 마음이 찢어질지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저자는 딸의 우울을 관찰하며 일기를 쓰고 그것을 이렇게 책으로 펴냈다. 아이의 눈물은 폐허가 된 삶을 다시 쌓아 올릴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며. 함께 고통을 껴안고 살아가며 이 시간을 귀한 선물로 여기고 아물지 않은 상처에 약을 바르며 우울한 시간을 아껴 살려고 한다는 저자의 목소리가 잔잔히 들리는 듯하다.

 

  책은 보통의 일기장처럼 날씨가 적혀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기분의 날씨라는 점. 오늘의 기분은 흐림이었다가 비, 어떤 오늘의 기분은 맑음이 된다. 첫 페이지를 넘겨보니 저자가 딸을 품었던 시절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뱃속의 아이는 거꾸로 있어야 정상인데 열 달 내내 똑바로 서있었고 입덧은 매우 심했으며, 제왕절개로 출산하였고 몸에 이상신호가 생기더니 갑상선 기능항진증으로 시작해 이십년의 투병생활은 갑상선암으로 발전했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소리 내어 울지 않으면 안 되는 짜증과 화. 저자는 매일 아기와 함께 우는 엄마였단다. 몸도 마음이 아픈 엄마 때문에 아무 잘못 없는 딸까지 병이 들었다고 자책했다. 딸아이를 덮친 우울은 명백히 자신의 문제라고 고백하는 그녀.

 

  어느 날의 날씨는 강풍을 동반한 비같은 기분이었다. 제목은 아이를 고통으로 몰아넣는 말’. 지금 이 순간에도 자녀에게 말의 지옥을 선물하고 있는 엄마가 어딘가 존재하고 있을 거라면서 자신이 했던 말들을 적어놓았다. 내 말과 닮지는 않았는지 눈여겨보게 된다.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사니?” , “, 나도 몰라, 네 맘대로 해!”, “네가 너무 예민해서 이런 병에 걸린 거야. ” ...말이 지닌 독을 미리 알았다면 침묵을 선택했을 것이리라. 말 없는 관찰자로 살았다면 지금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는 저자. 우린 가장 가까운 사이일수록 빛나는 언어를 써야함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기분이 맑음이었던 어느 날의 일기 제목은 책으로 치유 받는 삶이다. 딸을 위해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되는 막다른 길까지 와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때 저자는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라는 카프카의 말이 떠올랐단다. 자신이 행복을 느끼는 건 딸과 아무 상관이 없었고 아이의 우울증은 여전했지만, 서로 별개로 행복하다는 건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건 자신의 행복을 전적으로 아이에게 의지하지 않았다는 뜻이 되니까.

 

  딸을 관찰하며 일기를 쓰는 행위를 통해 글쓴이의 상처도 치유되는 기분을 받았다. 부디 엄마의 일기 바람처럼 딸의 기분이 나아지며 우울을 통과할 수 있기를. 터널이 짧아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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