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줘서 고마워 - 고위험 임산부와 아기, 두 생명을 포기하지 않은 의사의 기록
오수영 지음 / 다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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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줘서 고마워

 

  책을 읽고 몇 번이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도 아이를 출산한 엄마라서 그런지 더욱 몰입해서 읽었다. 이 책 <태어나줘서 고마워>는 산부인과 의사 오수영 교수님의 일상기록이다. 그녀의 일상은 이 땅에 새롭게 태어나는 특별한 탄생을 다루기에 기적적이고 간절하다. 난 출산하기 전까지 임신과 출산에 대해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지만 그게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열 달 동안 수많은 이벤트(좋은 말로 포장하자면)가 난무하고 임산부는 그것을 견뎌야만 한다. 내 주변에도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했지만 10주가 되기 전에 유산이 된 사례도 있었고 몇 년째 임신자체가 안 되는 사례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요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채송화의 롤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우정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젠 자신의 롤모델이 되어버린 선생님이라고.

 

  임신 초기엔 나도 하혈을 해서 병가를 쓰고 몇 주 동안 꼼짝없이 누워있었다. 유산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는 시기였기에 조심, 또 조심했던 기억이 난다. 당뇨 검사를 할 시기엔 임신성 당뇨가 나올까봐 노심초사했었고, 막달엔 아이가 크다하여 유도분만으로 출산을 시도했었다. 아이를 낳기 전엔 생명이 막연하고 경이롭게 느껴지긴 했지만 직접 낳아 보니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존경스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 소중한 생명을 위해 곁에서 도와주는 의료진이 너무 감사했다.

 

오 수영 교수님은 이 책에서 스무 해가 넘도록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면서 만난, 고위험 임산부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탯줄이 목에 네 번이나 감겨 기적적으로 태어난 아기의 이야기랄지, 네쌍둥이를 수술하면서 마지막 넷째 아이까지 무사히 꺼냈던 이야기랄지 수많은 만남에 대해 서술했다.

 중간 중간 삽입된 사진을 보니 감동이 밀려온다. 저자는 의사뿐 아니라 분만 인프라 붕괴 같은 사회적 이슈에도 관심이 많았으며, 해외의료봉사의 일환으로 동티모르에서 만난 임산부들을 진료하는 그녀의 모습 또한 전문가로서 대단히 멋져보였다. 그곳에서 초음파로 태아의 구순열을 발견했을 때 임산부가 전혀 당황하지 않고 그 상황을 잘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는 느낌은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고 했다. 우리나라보다 23배나 높은 모성사망비를 보이는 동티모르의 여성들을 보며 얼마나 안타까웠을지 짐작이 간다.

 

  참 따뜻한 사람이었다. 산모를 안아주고 싶고 마음 같아선 아기를 업어주고 싶을 정도로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분이라 천직이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용감한 의사로서 절망적인 순간에 처한 이들에게 용기를 준 천사같이 보였다. 아주 작은 확률을 뚫고 이 땅에 나온 이들을 축복하며, 저자의 앞길 또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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