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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의 모든 봄날들 - 엄마와 함께한 가장 푸르른 날들의 기록
송정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5월
평점 :
엄마와 나의 모든 봄날들
송정림작가님의 책은 몇 번 본 적이 있다.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와 <엄마, 우리 힘들 때 시 읽어요>가 그것이다. 이번 서평도서도 마찬가지로 항상 따뜻하고 공감이 되는 글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었다. 제목만 읽었는데도 친정엄마 생각에 눈물이 고여 온다.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이 함께 만드는 이토록 소소하고 다정한 버킷 리스트가 이 책의 주제다. 펼쳐보기 전 내 블로그에 몇 년 전 올린 기록을 찾아보았다. 그때는 취업도, 시집도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때라 많은 자괴감이 들었던 시기였는데 엄마와 함께 남산에 올라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났다. 엄마도 나도 불과 몇 년 전이었는데 매우 풋풋해보였다. 지금은 직장도 다니고 있고 아기엄마도 되어 있는데 그 고민 많던 시기가 왜 그리운 걸까? 엄마가 옆에 있어서였을까란 생각을 해봤다.
프롤로그에 ‘많은 여자들은 딸이면서 엄마다. 나도 딸이면서 엄마다. 이제 나이가 들어 거울 앞에 서면 거울 속에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란 문장이 의미심장하게 와 닿았다. 내가 결혼하는 날 주변 지인들이 내 모습을 보고 엄마판박이라고 했다. 난 그동안 아빠를 많이 닮았다는 말을 들었는데 결혼식장의 내 모습은 30여 년 전 엄마 그 자체였다. 하긴, 엄마와 외할머니를 봐도 엄마 얼굴에서 외할머니 모습이 점점 더 많이 보이는 건 같은 이치겠지. 책은 엄마와 지금 당장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제안했다. 더 늦기 전에, 엄마의 관절이 아직까지 무사할 때. 그 추억을 만들고 엄마를 위로하는 시간을 갖자고. 저자는 말한다.
난 엄마랑 통화할 때 곧잘 통화녹음을 하고 나중에 엄마 목소리를 다시 들어본다. 음성파일을 지우지 않는 건 언젠가 엄마 목소리가 그리울 때가 있을 거란 생각에서다. 어느 날은 카톡을 하면서 엄마에게 이모티콘을 선물해드린 적이 있었는데 이 책에도 ‘엄마에게 이모티콘 선물하기’ 라는 소제목의 글이 실려 있었다. 이 책의 표현대로 ‘금은보화를 가진 듯이 기뻐하는 그런 엄마’ 때문에 딸은 마음이 아리다. 선물해드린 이모티콘을 자주 남발(?)하시며 나와 카톡하는걸 즐기는 엄마의 모습이 귀엽다. ‘엄마의 일대기를 써보기’ 란 내용엔 엄마 인생을 정리해보자는 제안이 담겨있었다. 엄마의 구술을 딸이 받아쓴다는 게 아니라 작가가 되어 보는 거다. 한 인간에 대한 탐구라고 하면 적당할까? 날 낳았을 때부터가 아니라 엄마의 탄생부터 써내려가보는 거다. 얼마 전 수기 공모전에 엄마의 일대기를 내가 써서 응모한 적이 있다. 엄만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웃고 우셨다. 난 짤막한 그 글짓기를 통해 우리 엄마를 다시 보게 되었다. 언젠가 엄마의 전기를 완성해 한권의 책으로 선물해드리고 싶다. 이왕이면 엄마의 스무 살 시절을 가장 길고 아름답게 기록하고 싶다.
딸이라서 가능한 버킷리스트들이 많이 있었다. 여기 나온 버킷리스트들을 다이어리에 적어두고 하나씩 지워나가며 엄마와의 추억을 많이 만들어 훗날 이 다정한 시간들을 기억하고 싶다. 지금이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