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뜨기 마을 - 전태일 50주기 기념 안재성 소설집
안재성 지음 / 목선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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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뜨기 마을

 

  이 책을 읽고 올해가 한국 현대노동운동의 효시인 전태일 열사의 50주기라는걸 알았다. 저자는 1984, 당시 20대 초반에 만난 청계노조간부들의 가족과 따뜻한 정을 느끼며 문학청년이었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서민대중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했다. 이 책은 단편소설 모음집이지만 대부분 본인이나 유족의 증언을 토대로 쓴 사건들이다. 3부로 나뉘어 있었고 1부는 연대기 순으로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전쟁과 분단 즈음, 3부는 현대사에서 벌어진 노동운동이 주를 이뤘지만 내 눈을 이끌었던 건 2부의 첫사랑 순희를 찾아서였다. 80년대를 전후한 그 시대에 첫 사랑을 회상하는 어느 남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약간의 각색만 더한 실화였기에 더욱 아련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그 노신사는 평생 진보운동을 했지만 중학교 시절 독서실에서 연탄난로에 오징어를 구워먹다 눈이 맞은 김순희를 기억했다. 인적 드문 호젓한 곳에서 두 남녀는 마음을 주고받으며 추억을 쌓았지만 고등학생이 되고 편지로 소식을 전하다 연락이 끊겼다. 남자는 여자의 답장이 없는 것에 서운했고, 여자는 남자가 고등학교를 퇴학당하고 옥살이를 하다 보낸 편지에 잠시 헤어져 있자는 말에 편지를 보내지 않았단다. 사랑을 그만두자는 게 아니라 경찰의 감시를 피하려는 의도였음을, 40년이 지나 재회한 후 오해를 풀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부터 노동운동, 오늘의 펜데믹까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단편 9편을 연대기처럼 엮은 이 책 <달뜨기 마을>89년 장편소설 <파업>으로 제2회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한 안재성 작가가 선보인 기념 소설집이라고 한다. 시사월간지 <시대>에 연재한 단편들을 추려 한국 현대사 100년의 연대가 3부작으로 새롭게 엮었다. 여기 나오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한국의 노동운동을 상징하는 인물, 전태일의 모습이 녹아들어있음을 느꼈다. 더불어 우리주변의 형제, 자매 또는 부모님, 친구들 같은 동지가 질곡의 노동을 겪어낸 것 같아 가슴이 뜨거워졌다. 굴곡진 역사들을 온몸으로 부딪쳐 살아낸 불꽃같은 인물들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길 권한다. 이들의 고난과 투쟁 그리고 사랑이 아프고 뜨겁게 다가온다.

 

  용역깡패가 등장하는 여느 영화도 떠올랐고, 한국전쟁 후 사상과 이념의 차이로 분열된 이들의 모습이 나오는 그 영화도 떠올랐다. <이천의 모스크바><그들은 성자를 보았다>가 기억에 남는다. 이들의 희생이 오늘날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준 것 같아 숙연해졌다. 조만간 종로에 있는 전태일 기념관을 들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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