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황상훈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사이비

 

  책을 펼쳐 읽다가 문득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여 검색을 해봤다. 그의 블로그가 나온다. 이 책 <사이비> 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3부로 나뉘어진 그의 작품 <사이비>는 성부, 성자, 성령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신앙, 자아, 사랑, 이별, 이성, 욕구에 관한 정제되고도 정직한 그의 문체는 애써 화려하지도, 거창하지도 않다는 출판사 서평이 눈에 띈다. 책날개엔 저자가 스물넷부터 전국의 교도서, 소년원, 경찰서 등지에서 초빙 강연을 해왔다는 소개를 했다. 그곳에서 본 눈물을 기억하고 추억하며 현재 그들의 삶은 정죄되어짐에 그쳤을지, 회심하여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을지 질문을 던진다. 지금 그는 7년이 지나 서른하나. 작가의 삶을 살며 시와 에세이, 이 따뜻한 경계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첫 번째 꿈이었던 신학도로서의 행보를 시작하고 있다고. 여러모로 흥미롭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작가다.

 

  이 시집은 저자의 14년을 관통하는 모음시집이라 할 수 있겠다. 삶의 유의미한 조각들이라고 인터뷰한 그의 기사를 보았다. 제목이 사이비기에 종교적인 내용이 주를 이룰 것이라 생각했는데, 비단 종교에만 국한되지 않았고 이 단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 황상훈이 생각하는 신앙과 자아, 사랑과 이별 등에 관한 밸런스를 사이비라는 단어로 저울질한 작품이었다. 책머리에 처녀작품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았다. 신선한 느낌과 함께 두 번째 작품도 기대가 됐다.

 

  열여덟의 황상훈이 쓴 콜라라는 작품은 참 재밌었다.

세상 고달픈 이들을 기다리다

축포를 쏘아대는구나

(중략)

글도 우리 선은 지키자

내 보석들이 썩을 수도 있거든

(생략)’

콜라가 마개에서 폭죽처럼, 축포처럼 쏘아대는 모습을 형상화하며 그 상쾌하고 청량함과 맞바꾼 치아(보석)를 지키기 위해 밤늦겐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스물의 그가 쓴 범람이란 시도 기억에 남는다.

마음이 범람했다

모두 흘러내렸다

다시 채워야 할 시간

타인의 수고는

자신의 마음으로만

(생략)’


  시인은 시어로 자신을 표현할 때 이렇게 탁월하면서 마음에 확 와 닿는 시어가 터져 나올 때희열을 느낄 것 같다. 스물아홉의 그가 쓴 시 이제 좀 시가 터져 나오려다 보다에도 이런 말이 있다. ‘정수리가 뜨끈뜨끈 한 것이 이제 좀 시가 터져 나오려다 보다. ‘만우절 사랑이라는 시엔 이별이 거짓말과 같다는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별했다 거짓말처럼 밝은 햇살이 멀겋게 번졌다그 노래가사도 생각난다. 대낮에 한 이별이란 노랜데, “햇살이 아주 따뜻해서 눈물이 말랐어, 햇살이 밝아서 괜찮았어.” 어쩐지 펑펑 우는 것 보다 더 슬프다.

 

  작품 <사이비>를 시작으로 황상훈 작가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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