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 메마르고 뾰족해진 나에게 그림책 에세이
라문숙 지음 / 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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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가끔 꺼이꺼이 서럽게 운 적이 있었다. 그럴때면 누군가 다가와 나를 토닥여주기도 하고, 왜 우냐고 자초지종을 설명해보라고 재촉하기도 한다. 억울할 때는 대개 후자처럼 물어봐주기를 바라면서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려 나의 존재감을 알리는데, 어떤 날은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고 그저 내가 말할 때까지 가만히 있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나조차도 스스로 정리되지 않은 말을 하면 머리가 엉키고 더 속상했기 때문이다.

 

  책에선 코리 도어펠드의 따뜻한 그림책 가만히 들어주었어를 소개하며 낙심한 테일러에게 다가간 토끼가 나온다. 사실 토끼 이전에도 테일러에게 다가온 닭, , 코끼리, 하이에나, 타조, 캥거루, 뱀과 같은 이들이 조언을 건넸지만 그건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가만히곁에 있어준 토끼도 사실 얼마나 참고 절제한 것일까? 엄마가 되니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에 눈을 따라가게 된다. 조금이라도 상황이 바뀌면 어김없이 말로, 행동으로 아이를 제지하게 되는데, 좀 더 크면 이 아이를 기다려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조바심을 내려놓고 아이가 스스로 다가올 때까지 기다려보는 것. 가만히 곁에 있어주는 것. 그런 부모가 돼야겠다는 다짐까지 들었다.

 

  이 책은 그림책의 이야기들을 씨앗으로 명명하며 그것의 꽃말은 괜찮아요, 그리고 이야기의 여백은 저자의 이야기로 채워준 따뜻하고 푸짐한 느낌을 주었다. 아이가 유아이다 보니 나 또한 글밥이 적고 그림이 많은 그림책을 많이 보고 있는데 느낀 건 글이 적어도 와 닿는 건 명확하고 감동적인 게 많다는 것이다. 여기 삽입된 그림책들을 다 찾아서 하나씩 읽어보고 싶었다. ‘이름 짓기를 좋아하는 할머니’ , ‘엄마 마중’ , ‘다정해 다정한 다정씨등등 말이다.

 

  정작 저자는 이 책이 그림책에 관한 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독후감도 아니고. 우리가 그림책을 부담 없이 넘기고 있었을 때, 그때 마음껏 자신을 풀어놓을 수 있는 그 지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단다. 그림책을 읽으며 서툰 나를 통과해 나온 언어들을 씨앗삼아 이 책이 만들어졌다고. 이런 그림책 에세이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메마르고 뾰족했던 마음이 촉촉하게 적셔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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