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육아가 한 편의 시라면 좋겠지만 - 힘을 빼고 감동을 줍는 사계절 육아
전지민 지음 / 비타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육아가 한 편의 시라면 좋겠지만
좋은 기억은 남기고 싶다. 그것이 우리 아이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아이의 사계절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저자의 글을 읽고 있노라니 김달님작가의 추천글처럼 나 또한 여러 번 따스한 ‘봄볕’을 맞는 듯했다. 저자의 자녀 나은이와 함께 한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 행복의 기록을 써내려가는 모습을 보니 육아는 제목처럼 한편의 시보다 더 ‘감동’이었다. 육아 시절의 절정은 만 3세까지가 아닐까라는데 그렇다면 난 그 절정의 시기를 오롯이 보내고 있는 중이다. 친정에 가서 3살의 나와 우리엄마가 함께 찍은 사진을 앨범에서 들춰보면 그때의 우리엄마도 제일 예뻐보인다. 난 지금 우리 아이가 하루하루 쑥쑥 자라는 시간을 잡아두고 싶을 정도로 매우 예쁜데 정작 내 모습은 돌아보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돌아보면 지금의 내 모습도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예뻤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엄마로서 항상 부족하게만 보이는 나를 사랑해줘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모든 시선을 아이에게만 뺏기지 말고 아이와 나, 그리고 남편에게까지 돌려 모두에게 처음인 이 순간을 함께 즐기고 싶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육아로 고단하고 지치고 마음이 요란스러울 때 오히려 명경지수처럼 깨끗한 마음을 추구하고 싶어서인지 고요하게 읽고 싶은 ‘시’가 끌린다. 갑자기 떠오르는 시상이 생기기도 하면서 수필 못지않게 시라는 장르가 좋아졌다. 그것은 때로 동시가 되기도 하고 호흡이 긴 문장 같은 시가 되기도 한다. 저자 전지민님의 육아 에세이는 그런 면에서 여러 사진 삽입이 다양한 시를 떠오르게 하는 소재로 느껴진다. 한 번 숨을 고르고 다시 쳐다보게 되는 안정적인 느낌이 든다. ‘초록 읽어주는 엄마, 그린마인드’ 의 편집장답게 표지부터 온통 초록이다. 집안에만 갇혀 있는 지금과 무척 대비되는 푸른 자연과 일상이 미치도록 부럽다. 육아란 이렇게 정의했다. ‘미처 다 자라지 못한 내 안의 나를 아이와 함께 기르는 일’ 이라고. 맞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나도 함께 자란다. 다른 부모의 일상을 책으로 경험하면서 내 모습을 반추해본다. 요즘 아이의 말과 행동이 모두 내 모습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니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엉뚱한 행동이나 얄미운 말도 그때마다 잔소리로 대응하기보단 의식적인 침묵으로 아이의 반짝이는 눈빛을 기다리며 내 마음을 읽고 있는지 인내를 길러야겠다. 점점 여물어가는 아이와의 시간은 이 책에 언급된 강렬한 보랏빛의 칡꽃처럼 은은해진다. 시보다 더 아름다운 이 시간, 되돌릴 수 없는 이 소중한 순간들을 통해 감동을 줍고 싶다. 힘을 빼고 소소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