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속도로 걸어가는 중입니다 - 울지 않던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기까지
김이형 지음 / SISO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는 중입니다

 

  부제 <울지 않던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기까지>를 붙인 이 책은 저자 김이형님이 쓴 에세이다. 처음엔 울던 아이가 울지 않는 어른이 되기까지로 거꾸로 읽었다. 왠지 모르게 말이다. 나를 대입해보자면 난 울던 아이, 우는 어른인 것 같긴 하지만. 프롤로그에 남산도서관과 용산도서관을 언급했을 땐 내가 쓴 글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이 닮아있었다. 나도 집에서 가깝지도 않은 남산까지 홀로 오르락내리락하며 도서관을 종종 들러 나를 달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목적지 없이 아무 번호의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다녀온 적도 있고 무조건 걸어본 적도 있었다. 어른이 되어 점점 소리 내어 우는 것을 들켜야하지 않을 땐 출근길에 차디찬 바람을 맞으며 육교 위에서 꺼억 꺼억 신음만 내뱉은 적도 있었다. 수능 2교시 수리영역시간에 갑자기 뇌 속 인지회로가 정지되어 버렸다는 저자의 경험은 난 이미 중학교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수학시간에 경험했었다. 시험지를 받아들고는 내 몸은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고 얼굴은 사색이 되어 시험지의 숫자와 글자가 도무지 보이지 않았던 경험.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책은 3장으로 구성되어 <혼자 외로웠던 밤>, <외면했던 내면의 풍경들>, <누구에게나 아픔은 있다>라는 제목으로 내 눈길을 잡아끌었다. 에필로그는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의 가사,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라고 이름 붙여졌다.

 

 수능을 비롯해 각종 시험은 그것을 치르는 사람들에게 긴장과 압박감을 준다. 입시 강사가 말했던 실력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안정된 사람들을 가려낼 수 있는 도구_시험이 왜 내게는 그렇게도 두렵고 고깝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이 도구에 수없이 희생된 시간이 내게도 있었다. 마음은 연두부처럼 물러터졌고, 또한 점점 콘크리트처럼 냉소적이 되어갔다. 저자가 겪었던 느낌과 경험을 비슷하게 나도 겪었다. 과부하 걸린 뇌로 미련하게 공부하던 나날들, 갑자기 찾아온 불면증, 시험을 망치고 심리적인 나약함마저 고스란히 발견하게 된 그 날 등등.

 

  책 곳곳에는 <지금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가 띄워져있다. 혼자 외로웠던 지난 스물여섯~서른한 살의 저자는 1장에서 심리적 나약함으로 괴로웠던 경험과 서서히 정신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고 받아들이게 되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적었고, 여덟 살에서 재수 시절이었던 2장에서 외면했던 내면의 풍경을 바라보며 까다로웠던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불안감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적었으며, 서른두 살부터 현재에 이르는 3장에서 경험으로부터 습득한 마음의 괴로움을 다스리는 방법을 활용하여 살아가는 지금의 자신을 이야기했다. 남과 다른 자신의 성향을 약점이 아닌, 치유해가는 여정의 일환으로 글쓰기를 택해 이 책을 선보여준 것은 탁월했다. 나 또한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에 관심이 많기에 저자와 같이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며 내 안의 있는 울음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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