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만 생각하는 날 - 슬픔은 아무 데나 풀어놓고
전서윤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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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만 생각하는 날

 

  글쓴이 전서윤양은 풋풋한 열여섯 소녀였다. 그녀의 시를 읽으며 나의 열여섯을 떠올렸다. 그녀의 표현을 빌려 줏대 없이 그저 긴 산문 형식으로 쓴시들은 마치 내 일기장을 보는 듯 익숙하고 반가웠다. 책을 펼쳐 서윤양의 어머니가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니 더욱 부럽기도 했다. 누군가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하더라는 엄마의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도 지금까지 수많은 끄적임을 통해 나만의 시와 노래와 글을 모아두고 있기에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서윤양이 포스트잇에 쓴 시어들은 아름다운 시집으로 이렇게 탄생했다. 책 편집도 다이어리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아기자기한 사진과 일러스트, 스티커형식의 그림들이 삽입되어 있어 감성적인 중학생 소녀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 했다.

 

  시집은 네 부분으로 나뉘어있었는데, 난 마지막 파트인 순간순간 지켜내고픈 것들에 가장 눈길이 갔다. 마치 짤막한 일기형식으로 날짜와 메모가 적혀있었는데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간 같은 그녀의 마음이 들여다보였다. 단 한 줄짜리 3개월 전 일기가 내 마음에 확 꽂혔다.


20191121

그런 날도 있는 거야, 난 왜 항상 그런 날만 있는 거야.

 

 하하하. 웃프다. 마치 투정같기도 하고 한숨 섞인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난 제일 감정 기복이 심했던 중학교 사춘기 시절의 일기가 지금도 보면 가장 민낯을 드러낸 솔직한 내 마음이라서 가장 소중하다. 투박한 와중에도 모든 사물과 생명체에 관심을 두고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시를 썼고, 일기를 쓰며 스스로 치유하는 경험을 제일 많이 했기 때문이다. 서윤양도 그녀의 시어를 통해 스스로, 그리고 나아가 이 시집을 읽는 독자들에게 위로를 주고받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시에는 환경보호를 주제로 한 시창작대회 최우수상작도 실려 있었다.


정작 어린 새싹들에겐

남은 콜라를 쏟아 부어라든지,

그러니 어서

흰 물감을 만들어라

까망을 달래거라라는 시어가 감각적으로 다가왔다.

 

  그 시절만 느낄 수 있는 주제와 소재들을 엿보며 다시금 내 과거를 소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렇게 나보다 어린 친구들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환기되면서 생기가 돈다. 읽는 내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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