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 경제학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박정호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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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우리 생활과 매우 밀접하지만 이론서만 들여다보면 하품과 함께 몇 장 읽다 덮기 바빴던 책이 경제서다. 물론 나도 노력은 했다. 경제학 전공자라면 모를 리 없는 맨큐의 경제학을 보면서(경제학 전공은 아니지만) 시장의 작동원리를 살펴보다가 이네 흥미를 잃었다. 도대체 나는 경제와 친해질 수 없는 것인가 자괴감이 들 무렵 이 서평도서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를 접했다.

 

  저자는 서문에 경제학을 이렇게 소개했다.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유용한 프레임이라고. 배우지 않아도 이미 실생활에서 경제학적으로 사고하는 우리네를 보며 전문적인 경제학 용어를 사용하진 않아도 이미 몸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이건 유치원생조차도 가능한 일이다. 경제학 담론은 인문학적으로 볼 때 인간의 특성을 확인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복잡한 수식에 묻혀 경제학을 어렵다고만 여겼던 난 역사, 문학, 예술, 심리 등 유연한 상황을 제시해준 이 책을 통해 경제학 개념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사탕수수 노예들의 저항하지 않는 태도는 공공선택이론합리적 무시라는 이론을 설명하는데 적합했다. 선진국은 자본과 기술을 투입하고 후진국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여 전개하는 대규모 기업식 농업, 즉 플랜테이션이 활개를 쳤다. 유럽은 식민지국을 통해 오직 사탕수수만 생산하도록 했다. 단순히 단맛 나는 재료를 얻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 질병을 치료하는 약재로도 사용되었으니. 또한 설탕은 신분을 상징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고급재료였기 때문에. 아무튼 설탕이 대량생산될수록 그만큼 더 많은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신대륙으로 이주해올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노예를 통제했을까 의문이 생긴다. 저항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죽음을 각오해야 했기 때문이다. 성공해도 본국으론 돌아가기 힘들었기에 저항으로 얻게 될 편익보다 비용이 훨씬 큰 상황이었다. 이러한 프레임은 인간의 본성을 제시한다.

 

 ‘부자는 창문이 많은 집에 산다는 제목도 흥미로웠다. 중세시대 창문세라는게 있었는데 납세자가 소유한 집 창문 수에 근거해 보관했던 세금이란다. 그 당시 창문은 일종의 사치품이었기에 (유리가 고가여서) 조세는 납세자의 능력에 부합하는 형태로 부과된다는 점에서 나름 합리성을 갖고 있는 제도였다. 그리하여 납세자들은 건물 외부에서 마치 하나의 창문처럼 보이게 하며 창문 간격을 넓게 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하려고도 했었지만, 정부는 간격이 일정기준보다 넓으면 별도의 창문으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했다고 한다. 창문세와 같은 잘못된 과세로 인간의 기본권리인 일조권마저 포기하게 만드는 건 최악이다. 이러한 창문세가 폐지된 이후에도 장갑세, 벽지세 등 다양한 과세 근거가 모색되기도 했다니. 흥미롭다.

 

  책은 다산 정약용에게 배우는 근대 경제학을 비롯해 금권선거에서부터 시작된 민주주의의 발달을 들어 지니계수를 설명했고, 만년2인자인 케이블방송과 라디오의 생존전략을 대체재와 보완재로 설명했다. 학창시절 수식이 들어간 수학, 물리 등의 이과과목을 매우 싫어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어렵기도 하지만 쓸모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제학도 동일했는데 경제학자인 저자의 인문학적인 사유를 통해 쓸모를 발견했고 지적인 욕구가 샘솟았다. 마치 내 안의 세계가 확장되는 기분이 들어 매우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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