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 과녁을 비껴간 내 인생의 또 다른 시작
유명현 지음 / 글라이더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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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에세이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인생의 새로운 레시피들을 발견할 기회를 주는 것 같다. 글쓴이의 경험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도전과 위로를 받기도 한다. 오랜 시간 끝에 결단을 내린 저자는 엄마에게 자존심을 내려놓고 사과했다. 삶을 정돈하는 과정에서 죄책감을 가장 많이 가진 상대를 생각해보니 바로 엄마였다고 한다.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더욱 끈끈해진 관계를 맞이하게 되니 제목과 같이 나로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저자 유명현님은 영어강사였으나 마음 깊은 곳에 늘 무거운 짐을 갖고 있었다. 단순히 영어학습이라는 1차원적인 접근이 아니라 그 언어 안에 배어있는 삶과 가치관, 세계관을 알려주도록 도와줬어야 했기 때문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심정으로 영어를 가르쳐 온 지난날을 돌아보며, 또한 자신의 아픈 시간을 딛고 다시 일어선 인생 레시피를 독자에게 공개했다. 저자를 포함해 우리 모두는 크고 작게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에 잠식되어 있을 것이다. 책은 그것을 잠시 멈추고 스스로를 위로하길 권한다. 저자의 경험으로 우리의 아픔과 상처가 치유되길 바라는 예쁜 마음씨를 들여다볼까?

 

  그녀는 자신의 취약성으로 두려움을 꼽았다. 미국에서 공립학교의 보조교사로 일할 때 학생의 죽음을 목도했다. 불시에 찾아온 죽음의 횡포에 모두의 일상이 흩트려졌다. 그들이 누리지 못한 오늘이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 의미인지 죄책감마저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내면 깊이 들어가 고통과 마주하고 끌어안았다고 한다. 사람을 품으니 자연스럽게 자신을 품게 되었고 글을 쓰며 삶의 농도가 짙어졌다고 했다. 누군가는 말했다. 개인의 취약성은 개인의 변화, 기쁨, 긍정성의 모태라고. 우리는 취약성이 바로 라고 생각하는 순간 실패가 끼어든다. 별개로 여기고 보듬자. 날마다 높아지며 깊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답정너장군님으로 불렸던 그녀는 매번 해피엔딩을 비껴가는 자신의 연애패턴을 불안해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도 사실 겪는 일상 다반사였고, 그녀는 깨달았다. 사랑은 결단이라고. 이성문제를 포함한 인간사의 문제는 다양하나 답은 일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킨다. 좀 더 나아가서는 용서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이해보다는 결단한다. 이것뿐이다.

 

  삶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지만 온갖 문제에 호구가 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잘됨과 안됨을 오가며 그 사이를 뚫고 온 희망을 발견하고 이 책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나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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