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별일은 없어요
신은영 지음 / 알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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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별일은 없어요

 

  내가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잊고 있던 시간 속에서 덕분에, 나의 추억과 조우할 수 있다는 건 큰 행복이다.

 

  저자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였다. 무뚝뚝하여 자식 앞에선 내색 않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선 팔불출처럼 그녀를 자랑하는 우리의 아버지. 저자는 수건이라는 동시를 지어 학교에서 칭찬을 받고 아버지 앞에 자랑하며 칭찬을 기대해도, 불조심 글짓기 대회에서 제법 큰 상을 받아 아빠의 반응을 살펴도 칭찬에 인색한 아버지 때문에 울음을 터트렸었더랬다. 며칠 후 손님들 앞에서 자신이 부상으로 받아온 국어사전을 자랑하는 아버지를 보며 신기한 듯 쳐다봤더라는 기억을 소환했다. 한없이 대견하지만 서툴고 무딘 표현에 오해하고 말았던 그 때 그 순간. 그때를 기억하며 자신도 아이에게 열심히 보석 같은 칭찬의 말들을 해줘야겠다고 다짐한다. 그 옛날 아빠 마음까지 얹어서 말이다. 나도 우리 부모님이 떠올랐다. 얼마 전 친정을 다녀왔는데 초등학교때부터 쓰던 일기장이며, 온갖 상장들이 커다란 박스에 아주 소중하게 담겨있음을 발견했다. 아빠의 작품이었다. 어렴풋이 나는 기억 하나는 1학년 운동회 때 처음 받아온 달리기 상장(그것도 3등이었던가?)을 집안 벽 한 가운데 잘 보이게 붙여놓았던 것이다. 그 상장을 포함하여 내 자질구레한 기록들은 버려지지 않고 이렇게 고이 간직되고 있었다.

 

  마음 속 창고에 쌓인 이야기는 독자와 함께 공감대를 일으키며 미지근하지만 소소한 행복을 불러온다. 어릴 적 날 울게 했던 선생님에 대한 기억마저도 저자의 위로의 말에 무덤덤해지기도 하고 가장 가깝지만 또한 애증의 관계인 가족에 대한 에피소드들도 서로의 주관적이 기억에 기대 누가 옳고 그르다의 문제에서 벗어나 생각보다 별일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제목 그대로 <오늘도 별일은 없어요>는 자신이 겪은 이야기들로 엮은 에세이여서 독자에게 더욱 진솔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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