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불평등 시점
명로진 지음 / 더퀘스천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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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불평등 시점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예리한 펜으로 사회의 편견과 부조리, 불평등을 사이다처럼 속 시원하게 이야기했다. 명로진 작가를 배우로 연기할 때 뿐만 아니라 라디오 진행자나 패널로 만났을 때 그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이야기가 참 좋았다. 이 책 또한 에두르지 않고 유머와 해학을 가미한 스토리로 의 입장에서 사회를 고발하는 속시원한 내용이 들어있어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같은 내용도 정치적으로 싸우고 들자면 한도 끝도 없는데, 저자는 솔직하게 글을 쓰며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을 헤집어 약자의 입장을 감각적으로 전달했다. 목차 또한 우리가 평소에 잘(?) 쓰는 말을 그대로 반영해 마치 옆에서 대화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번 들여다볼까?

 

  곧 올해 4월이면 총선이 열린다. 대개 가진 게 많은 국회의원은 더 가진자 편이다. 국민연금의 이사연임 반대가 조양호 씨의 죽음과 관계없다는 건 나경원씨나 이언주씨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국민 노후 자금을 앞세워 경영권을 박탈한 연금 사회주의라는 발언을 쏟아내며 문재인 정권과 계급 혁명에 빠진 좌파운동권들이 조씨를 죽인 것이다 다름없다.”라고 부추겼다. 아직도 계급, 좌익등과 같은 말을 하면 최상위 부유층과 역사공부를 할 시간이 없는 빈곤층, 역사공부를 할 생각이 없는 중산층이 이런 선동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이 에피소드의 큰 제목은 지랄도 정도껏 해라.

 

  “을이 갑이 되고 갑이 을이 되는 위치의 내용을 읽어보면 누가 부자인가? 라는 질문에 매우 천박한 자본주의 사회인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그 기준은 돈이다. 왜 재테크를 하는지,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공자는 올바르게 사는 것이 재테크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부를 규정하는 기준이 온통 경제적인 것뿐인 지금, 이게 전부여선 안 된다. 프랑스의 대통령은 이미 1970년대에 중산층을 규정하는 기준으로 외국어를 하나 이상 구사하는 사람, 스포츠와 악기를 하나 이상 즐기는 사람, 남들과 다른 맛의 요리를 만들 줄 아는 사람, 불의에 항거할 줄 알고 늘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을 꼽았다. 그래서 천민자본주의에 길들여진 부자의 의미가 부정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온갖 편법과 불법으로 돈을 모으거나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로 돈을 불리는 등 수단과 방법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이 돈을 움켜쥔다면 부자라고 부르기도 아깝다.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가장 위대한 아테네 시민이면서 돈을 모으는 데는 그렇게 애쓰면서 왜 현명해지는 일과 진실해지는 것에는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는가?” 라고. 무소불위의 권력 밑에서 저들이 먹다 남은 음식을 서로 먹으려 안달난 돼지같은 짐승이 되지 말고 사람답게 살려고 애쓰자. 저자는 이야기한다. 개돼지가 되지 않고 사람답게 살려면 공부해야 한다. 용기를 내야 한다. 그리고 싸울 땐 싸워야 한다고. 5년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발언 민중은 개돼지란 내용이 생각난다.

 

  책날개에 언급된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 3루타를 친 줄 알고 살아간다는 어떤 사람들은 이 책이 불편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부디 작가의 뼈 때리는 코멘터리를 읽고 화내는 대신 생각을 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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