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이유정 지음 / 북스토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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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이 책은 저자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픈 시간을 극복한 에세이라 할 수 있겠다. 단순히 신체적으로 이상증세를 느낀 것 이상으로 여성성과 편견에 부딪혀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을 위로하고 곪아가는 마음을 치유해주는 느낌이 들어 고마웠다. 저자는 자궁 근종이라는 질환을 앓

았다. 그것도 스물여덟, 결혼을 두 달 앞둔 예비신부였다. 얼마나 허망했을까? 하지만 그녀는 꼭 수술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의심하고 장기적으로 근종의 성장을 줄여주는 운동이나 습관으로 일종의 혁명적인 행위를 해보았다고 이야기했다. 그 뒤 결국 16개월이 지나고서 주먹만 한 근종을 떼어내는 수술을 감행했다. 같은 여성으로써 자궁, 난소, 유방 등의 다양한 여성 질환에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 이 에세이를 진지하게 읽게 되었다. 저자는 이 질환으로 인해 이전에는 궁금해 하지도 않았던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문제는 근종이 아니라 반성 없이 묵인했던 많은 불평등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마음 속 조금씩 곪고 있던 마음의 생채기는 없는지, 함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의 아는 지인은 자궁암을 가지고 있어 결혼을 앞두고 파혼했다고 한다. 여성질환에 대해 사회의 시선을 아주 냉정하게 직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여성이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것은 미혼이나 기혼이나 가능한 것인데, 미혼여성이 그곳을 방문하는 이유는 가출, 임신, 낙태 등의 부적절한 행위를 동반한다고 여기는 것이 사회적 편견이며 현실이다. 저자는 자신의 자궁 근종을 연구하며 이것을 제거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님을 자료를 찾을수록 느꼈다며 수술을 미뤘다. 또한 재발률도 높았고. 그녀는 환경호르몬을 줄이는 생활습관을 만들려 노력하며 사고방식, 소비습관, 식습관 등 다방면에서 그동안의 삶을 반성했다. 근종을 관찰하기로 결정한 것은 자신이 살면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라고 소회했다.

 

  이 책을 보며 나도 내분비계의 교란물질로 알려진 환경호르몬에 대해 관심을 좀 더 갖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화장품에 사용되어 방부제 역할을 하는 파라벤은 유방암 발생의 원인이었고, 먹이사슬 구조에서 상층 포식자로 대표되는 붉은 육고기와 일부 생선들을 섭취하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상층 포식자는 환경호르몬의 축적이 높기 때문이다. 매달 사용하는 일회용 생리대에서도 벤젠 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검출되어 난리가 났던 때가 있었다. 그 이후로 면생리대를 사야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오늘은 확신을 가졌다.

 

  프롤로그에 이야기한대로 이 책은 근종에서 촉발되어 자아를 찾아가는 다 큰 어른의 성장기다. 많이 동감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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