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옥 안아 줘!
오언 매크로플린 지음, 폴리 던바 그림, 홍연미 옮김 / 미세기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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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옥 안아줘

 

  고슴도치와 거북이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고슴도치는 너무나 슬퍼 만나는 누군가에게 나 좀 꼬옥 안아줄 수 있니?” 라고 물었다.

하지만 여우는 쓰레기통을 뒤져봐야 한다며 거절했고,

다람쥐는 도토리를 모두 세어야 한다고 바쁜 척을 하며 거절했다. 도토리는 고작 세 개뿐이었는데.

까치는 노래 한곡 부르고 생각해본다며 아주 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고슴도치는 훌쩍거리며 부엉이에게 왜 아무도 나를 안아주지 않을까?” 라고 물어보았다.

삐죽삐죽한 가시 때문이라고 이야기한 부엉이는 한편 세상 모두에겐 특별한 누군가가 있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거북이 또한 너무나 슬펐다.

그는 고슴도치와 마찬가지로 만나는 누군가에게 인사를 건네며 나 한 번만 꼬옥 안아 줄래?” 라고 물었다.

하지만 오소리는 자기 손이 끈적거려서 안된다고 거절했고,

토끼는 아주 중요한 굴을 파는 중이라며 곤란하다고 거절했다.

개구리는 당장 가볼 곳이 있다며 거북이를 피해 폴짝 달아났다.

왜 아무도 나를 안아주지 않을까?” 훌쩍거리는 거북이에게 나타난 부엉이는 그건 네 등딱지가 너무 딱딱하기 때문이라며, 한편 세상 모두에게는 특별한 누군가가 꼭 있으니 걱정 말라고 다독였다.

 

 고슴도치와 거북이는 바로 그때, 서로를 보았고 곧바로 두 친구는 서로를 꼬옥 끌어안아주었다. 서로를 꼬옥 안아줄 친구를 드디어 만나 너무나 행복했다.

 

 대략 줄거리는 이랬다.

마음이 슬펐던 친구를 위로하는 방법은 그저 말없이 껴안아주고 체온을 느끼는 게 아닐까? 주절주절 조언이랍시고 떠드는 것, 아님 그 슬픔을 공유하고 싶지 않아 회피하는 것, 공감을 바라는 친구에게 잘잘못을 따지며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것. 이 모든 건 상대가 원하는 방법이 아닐 것이다. 고슴도치의 뾰족한 가시와 거북이의 딱딱한 등껍질은 우리에게도 있다. 그것은 우리의 치부가 될 수도 있고, 숨기고 싶은 과거가 될 수도 있으며,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아픔일수도 있다. 외면하는 대신 따뜻하게 감싸준다면 세상은 더 밝아지지 않을까?

 

  얼마 전 콜링갓이란 cts 방송에서 폭력전과를 가진 청년이 교회 안에서도 자신을 따갑게 보는 눈에 마음이 많이 슬프고 괴롭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함께 보듬어주고 사랑으로 덮어줄 순 없을까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 책을 보니 보이는 것만으로, 편견으로 상대방을 판단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꼬옥 안아줘!” 라고 요청한 상대의 부탁을 적어도 외면하진 말자. 값싼 동정이 아닌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 그것이 우리에겐 꼭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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