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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용서하지 못하는 나에게 - 내가 내 편이 아닌데 누가 내 편이 되어줄까?
네모토 히로유키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를 용서하지 못하는 나에게
천상천하유아독존과 같은 사람이 있는가하면, 타인의 기대에 과도하게 맞추려는 부류의 사람도 존재한다. 자책감이란 독버섯이 자라는 사람은 후자의 경우로 스스로 책망하는 감정을 껴안은 채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시간을 갖지 못한다면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독버섯, 자책감을 추방할 수 없다. 특히 자녀를 양육하는 엄마가 아이에게 자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모두 내 탓으로 이렇게 되어버렸다!” 고 푸념을 늘어놓는 엄마를 위해 “아냐, 내가 더 나빠, 모두 내 탓이야!” 라고 말하며 엄마로부터 자책감을 이어받으려는 패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은 자식들이 부모로부터 말이나 행동, 생각법이나 가치관 등 많은 부분을 복사라도 한 듯이 닮아가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더더욱 자책감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 멍에를 짊어지고 살면서 끝도 없이 자신을 괴롭히게 된다.
책은 <왜 나는 나도 모르게 내 탓을 할까?>, <우체통이 빨간 것도 모두 내 탓이다>, <왜 자책감이 강할수록 자기 생각을 고집할까?>, <자책감 속에 또 다른 내가 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도대체 누구일까?>, <나는 누구를 위해 살고 있는 걸까?>, <그들은 어떻게 자책감에서 해방되었나?> 와 같은 7가지 질문을 던지고 인간관계전문 심리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생각을 풀어놓았다.
제일 공감갔던 건 가해자 심리였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한 자책감이 바로 그것이다. 가장 가까운 관계인 배우자에게 경솔한 발언, 말싸움으로 상처를 주는 말을 하고난 뒤에 느끼는 감정이 떠올랐는데, 상대를 향한 공격을 멈추고 피해자 역할에서도 벗어나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인간에게 자책감은 필수적인 감정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또 자각하기 어려운 유형 중에 ‘풍족함’ 에 대한 자책감이 있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남편이 대기업에 다니고 있어서 금전적으로 궁핍하지 않게 생활하고 있다. 주변의 친구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금전적으로 어렵다고 하면 왠지 미안함을 느낀다.” 사랑이 강할수록 자책감도 강해지는데,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부모들이 자신을 탓하는 것처럼 자책감은 그만큼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자책감의 이면에는 똑같은 크기의 사랑이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
아버지와 관계를 회복한 아들 이야기를 읽으며,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는 아들의 낙오자와 같은 느낌이 너무 짠했다. 그가 분명 노력하여 얻은 성과도 전혀 인정받지 못했고 냉정하기만 했던 아버지를 보며 “전부 자신이 나빠서 그런 것” 이라는 대답을 들은 저자는 화가 났다. 가혹한 상황에 불나비처럼 뛰어들었던 아들은 스스로 만든 비극의 수렁에 자진해 들어가는 상황을 연출했던 것이다. 매우 엄격하게 아들을 대해왔던 아버지가 사실은 솔직하게 사랑을 표현할 줄 몰랐던 것임을 깨닫자, 아버지의 참모습을 발견한 아들은 오랜 숙제를 풀어낸 듯 개운했다.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이 자신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믿으면 스스로를 자꾸 벌 주는 상황을 만들게 된다. 지나치게 인정받으려는 욕구를 버려야 한다.
자책감은 그 이면에 반드시 ‘사랑’ 이 있고 그에 파생되는 감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의식의 포커스를 자책감이 아닌 사랑으로 바꿔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그와 같은 수많은 행동법을 제시하며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습관성 자책증후군에서 벗어나 자기화해를 시도한다면 우린 좀 더 괜찮은 인생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