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 - 딸에게 보내는 시
나태주 지음 / 홍성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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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

 

  엄마가 딸에게 쓰는 편지형식이나 에세이집은 쉽게 접할 수 있었는데, 아빠가 딸에게 쓰는 시집은 처음 읽어보았다. 물론 나태주시인의 시집은 아주 많이 읽었으나 이번 시집은 특별하게 <딸에게 보내는 시>라고 명명했다. 딸아이는 모든 어버이 된 사람에게는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혈육이다.’ 라고 문장을 시작한 책머리부터 나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는 듯 했다. 나에게는 아직 딸이 없지만 있다면 나태주시인과 같은 마음이 들 것 같다. 나도 우리 아빠에게 아직도 공주로 불리는 딸내미기에 (공주로 쓰고 우리 꽁~로 읽는다.)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응석을 부릴 수 있는 존재다.

 

  시 아는지 모르겠다에서

흰 구름을 보면 너의 목소리 생각하는 나의 이 어지럼증

이란 구절이 사랑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 이를 떠올리게 만든다.

어찌 자식을 향한 사랑이 연인과의 사랑 못지않겠는가? 이렇게 무조건적이고도 헌신적인 마음은 부모자식간의 사랑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시 그 자리에에서

앞에 앉아서 웃고 있는 너도 꿈이야

그래 꿈이라도 너는 예뻐야지 오래오래 그 자리서 예뻐야지.

라고 말했다. 딸에게 꿈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부모다. 얼마 전 슈가맨에서 아빠의 말씀이라는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최불암아저씨와 정여진어린이가 80년도에 불렀던 곡인데 나도 어릴 적 이 노랠 들었던 기억이 났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딸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기억해다오 너를 사랑하는 이 아빠를이라고 이야기하는 아빠. 노랫말을 지금 어른이 되어 다시 들으니 왈칵 눈물이 난다. 이렇게 아빠는 딸에게 커다란 가슴이자 희망이자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주었다.

 

  나태주시인은 소원이라는 시에서 날 부끄럽게 만들었다.

길게 될수록 길게 드리는 말씀

짧게 될수록 짧게 한 말씀 하신다

그래, 네 맘대로 하거라.

 

  난 이 짧은 시를 읽고 어릴 적 아빠에게 내 속마음에 들어있는 욕심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며 구구절절 설명하려 했던 어리석음을 발견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아빠는 충분히 날 알고 날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분이었는데. 아마도 나 스스로를 속였기 때문에 아빠까지 속이려 했던 것 같다. 아빠는 다 알고 계셨었다. 그리고 이렇게 시처럼 한마디 하셨다. “그래, 우리 딸 하고싶은대로 해.” 그때 당시는 허무할 정도였는데 아빤 말하지 않았지만 딸을 보며 얼마나 안타깝고 안쓰러웠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의 모든 딸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이 시집을 통해 곁에 있는, 혹은 부재중인 존재인 아버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제목처럼 아버지는 딸을 통해 젖은 마음을 말갛게 말리시니까. 딸은 그런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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