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로 부탁해요 정인어린이 13
권비영 지음, 성시후 그림 / 정인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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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로 부탁해요

 

  투박하지만 천진난만한 아이의 그림이 실려 있는 표지를 보니 먼저 흐뭇하고 반가운 마음이다. 나의 어릴 적 그림실력이 생각나기도 하고(물론, 지금도 크게 나아지진 않았지만.) 이 책 <택배로 부탁해요> 는 작가 권비영님이 손자 성시후군과 만든 예쁜 동화책이다. 8편이 실려 있었는데 글은 권비영님이 쓰고, 그림은 성시후군이 그렸다. 책 날개에 할머니와 손자가 함께 있는 다정한 사진이 있었는데 정말 보기 좋고 부러웠다. 작가 권비영님은 덕혜공주를 쓴 소설가이신데 이번 동화책을 내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책으로 손자와의 추억을 남겼으니 얼마나 행복하실까 싶었다. 다디단 사탕 하나 입 안에 머금고 있는 느낌이라고 표현하신, ‘손자라는 이름으로 내 앞에 서 있는 아이들에게서 느끼는 기쁨이 새삼 공감된다. 나도 아이를 출산했지만 엄마인 내가 아이를 바라보는 것 이상으로 할머니가 손주를 바라보는 눈은 더 꿀이 떨어지는 것을 옆에서 보았다. 그만큼 사랑스러운 모양이다.


 이 책에서 난 할머니는 내 친구조약돌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시후 할머니의 언니인 이모할머니가 미국에서 왔다. “네가 내 동생 손자란 말이지? 그림을 잘 그린다는 시후란 말이지?” 로 인사를 한 미국할머니는 시후와 친구가 되었다. 미국할머니와 동네를 구경하다가 전봇대에 <컵라면 무료증정>이라는 글씨를 보고 시후야, 저건 무슨 말이냐?” 하고 물어보시길래 준다꼬.” “?” “기양 준다꼬.”라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더니 배꼽을 잡으며 웃으시는 할머니. 사투리를 쓴다고 놀리시는 건가 기분이 살짝 나빴는데, “아이고, 재밌다. 어쩜 어려운 한자말을 고렇게 명쾌하게 설명하니?” 라며 칭찬을 해주시는 게 아닌가? 미국할머니는 성함이 승자였는데 우린 친구라서 서로 승자야, 시후야라고 불렀다. 부모님이 나무랐지만 미국할머니는 시후를 나무라지 말라며 친구라고 거들었다. 할머니가 곧 미국에 가실 때가 다가오자 난 할머니의 부탁대로 얼굴을 그리기로 했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을 보며 밝고 선명한 색을 칠하며. 그림 밑에다는 내 친구 승자야, 아프지마 .할머니는 멋진 내 친구야.” 라고 덧붙였다. 시후가 그린 미국할머니의 얼굴을 보았는데 너무 고우시고 인자했다. 시후 눈엔 할머니가 그런 존재였다.

  8편의 동화 중 가장 마지막에 실린 조약돌 이야기는 동생 유나와 할머니를 차지하기 위해 맨날 싸우는 지유의 이야기다. 할머니는 두 손녀에게 조약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커다란 돌산에 흔들리던 바위 하나가 산 밑으로 구르며 갈라진 돌 조각들은 뾰족하게 구르고 서로를 찌르고 찔리며 상처를 냈다. 그러다 강물에 빠지며 사라진 조각돌들도 많아졌고 남은 조각돌들 또한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함께 가고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흘러가기 시작했다. 강물이 불러주는 노래를 부르며. 그러다 몸을 충분히 적시고 다른 돌들까지 안아주었던 강물이 사라져버렸다. 목이 마르다는 표현이 참 감각적이었다. 햇볕이 따가운 땅바닥까지 오게 된 조각돌들은 파도에 휩쓸려 백사장까지 왔다. 그들은 조약돌로 바뀌어 있었다. 뾰족뾰족한 조각돌이 아니라 둥글둥글한 조약돌로. 시후가 그린 백사장과 바다의 풍경이 무심한 듯 너무 예뻤다. 하늘과 바다가 푸르렀고 검은 조약돌들은 동그랗게 서로를 감싸고 있었다. 그동안 싸우며 왔던 조각돌들은 친구들아, 이제 우리는 역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며 살자.” 라고 약속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부드러워진 몸을 흔들었다. 할머니의 이야기가 끝난 뒤 유나와 지유는 자신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팔이 긴 할머니 곁에 양쪽으로 꼭 안겨있었다.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고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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