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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주의자
류광호 지음 / 마음지기 / 2019년 12월
평점 :



다문화주의자
‘포용과 융합의 다문화사회로 가는 여정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 필요하다면 회유와 위협, 폭력도 허용될 수 있다.’ 라는 맹목적이고도 읽는 이의 소름을 돋게 만드는 기록. 이 소설의 등장인물 청년 이주노동자 인권운동가 한성주의 글이다. 하루아침 그는 납치되어 사라지고 시신으로 발견된다. 또 다른 등장인물은 그와 정반대 입장에 선 보수 논객 송우석과 이들의 날 선 공방전을 지켜본 신문기자 종훈. 또 심승우, 전민준 기타 등등.
한성주의 수첩을 진보지상주의자의 교리문답이라 칭했던 송우석은 그것이 진보지상주의자들의 위선과 속내를 완벽하게 드러낸 문서라고 이야기했다. 하인리히 힘러를 닮은 전민준은 인종주의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었고 말이다. 어찌됐든 한성주가 살아있을 때 송우석과 논쟁을 벌인 ‘다문화’ 에 대한 모든 것은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흥미롭게 읽혔다.
단일민족의 국가 환상이 깨진 지 오래인 우리나라의 다문화 혼인건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고, 다문화학생수는 작년 13만 명을 넘어섰다. 그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계속 되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곳도 중국에서 온 이주민들이 많이 분포하고 있어 얼마 전 예비소집일때도 외국국적을 가진 아이가 많이 등록하러 왔다. 교육당국의 다문화 정책이 신중해야 하는 이유는 특정 지역을 중국어 특구로 만들면 이주민들로 게토(집단거주지)화 되기 때문이다. 100일도 남지 않은 선거를 앞둔 이 시점에선 다문화, 이주민정책에 대한 발표를 어렵지 않게 검색해볼 수 있다. 국적법, 출입국관리법, 난민법 등 중구난방으로 쪼개어진 법들을 가리키며 정책 조점을 다양성 공존이라는 새로운 기조에 담아낼 것을 약속한 후보도 있었다. 한편 이자스민 전 국회의원은 빈틈 많은 난민법을 조례로 보완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엔 “한 원어민교사가 우리 시대의 외국인 혐오에 던진 경종”이라는 기사도 검색되었다. 한국계 외국인교사나 한국인교사에겐 실시하지 않는 에이즈, 마약검사를 외국인교사에게만 강제하는 것을 두고 한 원어민교사가 진정을 냈다. 법무부는 외국인강사에게 에이즈 검사를 강제하던 고시를 폐지하였고 피고 대한민국은 상소를 더 이상의 상소를 포기함으로써 인권보장에 철저하지 못했던 모습을 반성하였다는 것이 요지다. 산재가 6배나 높은 이주노동자들은 “우린 죽으러 오지 않았다”며 고용허가제와 미등록 강제단속을 폐지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 소설을 보며 각 등장인물들이 다문화에 대한 시각이 모두 달라 통합되기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나 또한 무의식적으로 이중 잣대를 갖고 있었음을 반성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생존과 직결된 이들의 안전. 그리고 우리의 시각. 작가는 우리에게 다문화사회로 들어선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공존해야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 같다. 진지하게 읽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