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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를 처방합니다 - 나를 알고 사랑하는 이들을 이해하는 심리 카드 29
노우유어셀프 지음, 최인애 옮김 / 마음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심리를 처방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청년들의 자아탐색을 돕고자 상담심리를 하면서 여러 유익한 사업을 펼치는 중 그 사업의 일환으로 출간되었다고 한다. 2015년 오픈 후 주로 가족문제, 개인의 심리, 친밀문제를 다뤘는데 그 중 29개 심리 주제를 뽑아 내담자들이 상담한 수많은 내용 중 가장 많이 의뢰한 고민들을 풀어놓았다.
컬러풀한 색감과 일러스트가 눈길을 끌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영역을 선명하고 세밀하게 그리고 친절하게도 설명해주는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을 번역해준 최인애님도 심리 관련책을 즐겨 읽는다는데 자신도 모르는 속마음을 때로는 명쾌하게, 다정하게 일러주는 면이 좋아서라고 했다. 차례는 마치 타로카드처럼 29개의 주제에 걸맞은 일러스트가 삽입되어 있었고 애착유형, 열등과 자만, 민감함, 자기 규율 등 심리학 용어와 함께 ‘심리’와 ‘처방’이 제시되어 있었다. 난 이 흥미로운 주제들 중 20번째 ‘강압적 지배’를 먼저 발췌해 읽었다. 부제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왜 지배하려고 할까?’였다.
부모와 자식관계처럼 친밀할수록 심하다는 ‘강압적 지배’는 이를테면 자녀가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일을 하는지 모두 부모가 정하고 통제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강압적 지배의 가해자가 주로 사용하는 전략은 격리하고 고립시키거나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것이다. 모두가 나에게 등을 돌리고 떠나는 상황을 만든 뒤 자기만 믿고 의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결국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서 그렇게 한 것이며, 너를 이렇게 사랑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 는 말을 믿게 만든다. 또한 상대는 나의 어떤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를 사랑한다면 마땅히 내 기분을 존중해야 한다’는 식의 도덕적 속박을 가하며 죄책감을 느끼게 만든다. 이것을 피해자가 인지하기 힘든 이유는 가해자의 여러 전략으로 피해자가 자신의 지배욕을 사랑의 표현으로 오해하도록 만들거나, 외부인 앞에선 지배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처방’ 은 이렇다. 어찌됐건 연인이나 부모가 고의적으로 자신을 통제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 여태껏 해왔듯이 상대의 곁에 남아 상대를 만족시키거나, 상대를 나 스스로를 충족시키거나. 그에겐 나를 통제하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중요하단 사실을 안다면 후자를 택할 것이다.
이 외에도 생각과 마음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는 이 책은 심리에 무지한 나같은 독자뿐만 아니라 상담심리 전공자들에게도 속시원한 처방을 내려주는, 공감될만한 사례와 처방법이 소개되어 있어 유익하다. 어려운 심리학 용어도 알기 쉽게 풀이해놓아 읽기 쉬웠다. 내가 또 관심 있는 ‘완벽주의자’ 와 ‘정서적 방치’ 에 관해서도 자세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