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들의 참모
신영란 지음 / 아이템비즈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왕들의 참모

 

  ‘참모라는 명칭은 참 흥미롭다. 권력자의 측근에 있으면서 그에 버금가는 권력을 가진 이들이다. 전문적이며 능력자들이 많다. 이렇게만 보면 구미가 당긴다. 이들이 가진 권력과 능력을 훌륭하게 발휘하는 참모가 있었는가 하면 나라를 망치는 일등공신들도 수두룩하다. 역사를 보면 그렇다. 책엔 고려와 조선의 참모들이 나왔지만 지금까지 이어져 기술된다면 누가 언급될지 궁금하다. 이 책엔 자신의 소임을 다함으로써 올바른 길로 왕을 보필한 참모들이 대다수 소개되었지만 개인적 야욕으로 치세에 악영향을 끼치며 역사에 흐름을 부정적으로 바꾼 이들도 포함되었다.

 

  난 영화 관상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한명회가 이 책 조선 편 제왕들의 참모에 나와 있길 기대했는데 역시 언급되었다. 부제는 살아정승, 죽어역적 한명회였다. 세종이 세상을 뜨고 문종이 왕위에 올랐지만 건강은 악화될 대로 악화되었다. 그는 보위에 오른 지 23개월 만에 세자를 당부하며 눈을 감고 말았다. 어린 단종이 즉위하자 수렴청정을 할 대비나 왕비가 없어 문종은 죽어가면서도 근심을 떨치지 못했다. 그때 좌의정 김종서, 우의정 황보인이 모든 정사를 관할하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큰 호랑이란 별명을 가진 김종서는 어린 단종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충실히 했다. 하지만 수양대군이 있었고 그의 곁엔 한명회라는 희대의 모사꾼이 있었다. 한명회는 개국공신 집안의 자손이었고 주변에 다양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어 수양대군의 정치적 야심에 부합된 인물이었다. 그들은 김종서를 죽이려는 계획을 세우고 급히 대궐의 부름을 받고 가는 길인데 하필 사모뿔이 부러졌지 뭡니까? 이 집이 마침 좌상댁이라 듣고 좀 빌리러 왔습니다.” 라고 둘러대며 김종서를 불러냈다. 한명회가 작성한 살생부의 첫 번째 희생자 김종서. 단종복위 운동이 일어나려 했지만 미연에 방지한 공으로 한명회는 좌의정을 거쳐 영의정까지 올랐다. 물론 왕좌의 주인은 수양대군 세조였다. 경복궁 문지기에서 영의정에 오르기까지 13년밖에 걸리지 않은 파격적인 고속승진이었다. 그가 죽은 지 또한 13년 만에 폐비 윤씨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된 연산군이 그의 무덤을 파헤쳐 부관참시의 형벌을 가했기에 살아 정승, 죽어 역적이 된 한명회는 만고의 충신으로 기록된 김종서와는 역사의 반대편에 서며 기록되었다.

 

  참모가 비선실세와 같다면 부정적인 어감을 지울 수 없겠지만 책에선 우리가 위인전에서 줄곧 보아온 서희, 황희,이이같은 인물이 왕을 도와 국정을 긍정적으로 이끈 이들로 제시되어 나라를 어떻게 흥하게 하는지 살펴보았다. 전반적인 느낌은 참모의 역사적 가치나 기록보다는 고려, 조선시대 역사의 한 부분으로 뭉뚱그려 소개된 기분이 들었다. 한편, 등장인물의 대화가 시나리오 대사처럼 나와서 몰입하기 좋았다. 반면 초판의 아쉬움이랄까? 오타나 문장의 오류가 꽤 많았다.

 

  내가 여기 언급된 참모였다면 그 역사 속에서 어떻게 행동했을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