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가입니다,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
김바롬 지음 / 에이치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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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입니다,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

 

  확 때려치우기로 했던 로 지난 10여년의 시간을 정리해 책을 냈다. 저자는 글속에서 자신을 대면하며 몇 번이나 펜을 내려놓고 싶었다지만 조금씩이나마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가고 있음을 발견하고 끝까지 써내려갈 수 있었단다. 무언가를 쓰는 이상 나는 이미 작가고 앞으로도 작가일 것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는 저자 김바롬님의 <나는 작가입니다,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을 읽어보자.

 

  실명인지 필명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름만 보고는 예뻐서 여자일 것이라 추측했었다. 사회복무요원을 끝내고 집을 나왔다는 말에 그제야 남자분임을 알았다. 나와 성별이 다른 이의 글은 좀 더 흥미롭다. 그는 서른이 되도록 최근까지 호주에 있었는데,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여유 없이 밥벌이를 전전했다고 한다. 청소, 공사판, 세차장, 공장... 일용직을 전전하며 미래 없이 사는 인생을 변명하고 회피하기 위해 뻔뻔하게 작가 지망생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 도망치고 싶었단다. 나도 공시생이라는 제목 아래 학교를 진작에 졸업하고도 비경제활동인구 취업준비자로 분류되었다가 실업자로 변경된, 유령같은 존재로 지내왔었다.

 

  저자는 친구의 소개로 덕수궁에 일을 구했단다.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을 진행하는 일이었는데, 동료들은 원래 무슨 일을 하냐고 묻곤 했다. 적절한 변명거리인 작가지망생이라 둘러댔지만 동료들의 반응에 분노가 치밀만큼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어느 날 시장에게 보낼 투서를 저자에게 부탁하고 그 뒤 그들은 저자를 김작가라고 불렀다고 했다. 저자가 호주 시드니에 있었을 때 처음 구한 일은 타일을 붙이는 일이었다고 했다. 그의 오야가 난 타일 일 하는 걸 절대 후회하지 않아.” 라고 했다지만 저자는 그의 이야기가 세상에서 가장 긴 나는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변명임을 깨달았단다.

 

  저자는 내가 이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만 했던 실패들을 인정하고 때론 황홀할 지경인 글을 쓰는 것을 예찬했다. 난 작가의 필수요소가 본인이 겪은 경험에서 나오는 진실과 그것을 가공한 허구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김바롬님은 글의 소재가 무궁무진하게 많아서 좋다. 그것도 참 와 닿는 삶의 궤적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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