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지도 죽지도 않았다 - 파란만장, 근대 여성의 삶을 바꾼 공간
김소연 지음 / 효형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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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지도 죽지도 않았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신여성들의 이름을 대자면 나혜석, 윤심덕 정도다. 검색을 하면 인형이 되기를 거부한 영원한 신여성이라 나온다. 최초의 우리나라 여성서양화가이자 작가인 나혜석, 또 얼마 전 이종석과 신혜선이 주연한 드라마 사의 찬미로 일부러 찾아본 윤심덕은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성악가이다. 김우진과 동반자살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외에도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여성에게 인생 역전의 기회가 된 장소는 크게 세 곳이었다. 학교, 교회, 직장. 왜 장소에 집중했는지는 저자의 직업을 보니 알 것 같았다. 저자 김소연분은 건축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그는 건축과 젠더에 대한 글을 제안 받고 나서 불현 듯 미치거나 죽거나라는 말이 떠올랐다고 했다. 이왕이면 대중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 친일 인명사전에 없는 인물들에 대한 자료를 찾느라 고군분투했다. 그래서 이 책이 출간되었다. 화려한 성공담보다 실패가 많았지만 중요한 것은 실패할지언정 뜻대로 살며 자신을 잃지 않았던 여성들의 모습이었다.

 ​난 김점동이 기억에 남았다. 로제타가 이화학당에서 영어 수준이 높은 학생을 선발해 의학 교육을 실시했는데, 보구여관에서 약을 제조하고 환자를 돌보는 실습을 시키며 생리학과 약리학을 가르쳤다. 여성에게 최초로 실시한 근대의학교실이랄까? 김점동은 세례명 에스더로 자신의 이름을 삼고 열일곱의 나이에 박여선과 기독교예식으로 결혼을 올린 후 박에스더가 되었다. 그녀는 로제타와 미국으로 가 뉴욕시 어린이병원에서 수간호사를 보조하며 의대 입시를 준비했고 19006, 의학사 학위를 받고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가 되었다. 남편은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가 오롯이 공부에만 집중하라는 듯. 홀로 귀국하여 평양의 여성 전용병원 광혜여원을 설립했고 매년 3천건이 넘는 진료를 하고 휴일없이 왕진을 다니고, 가정을 방문하며 복음을 전파했다. 전염병도 두려워하지 않고 환자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예수님같이 느껴졌다. 그녀는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인것처럼 헌신하였다.

 ​그녀 외에도 계속 자신의 길을 걸어 그 자신이 이름이 되기까지 살았던 수많은 여성들이 있었다. 내가 그 시대에 살았더라면 이렇게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자문을 해본다. 존경스럽고 또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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