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 음악에 살고 음악에 죽다
금수현.금난새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지휘자 금난새님의 아버지 금수현님 또한 예술을 사랑했던 분이다. 1919, 아버지가 태어나신 지 딱 100년이 되는 올해, 그리워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자식들을 대표해 아버지와 함께 쓴 글들을 책으로 엮어 이 책이 출간되었다. 금수현님은 62년도에 칼럼을 연재하시고 이를 거리의 심리학이라는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그 책 속에 실린 여러 글들을 추리고 금난새님의 글들을 추가해 이 책이 완성되었다.

 

  음악가 중에는 유머러스한 사람이 많단다. 하이든이 그 중 한사람인데 놀람 교향곡의 탄생비화가 그것이다. 금난새님은 아버지를 떠올리면 하이든이 생각난단다. 주변을 깜짝 놀라게도 하시고 하이든보다 더 유쾌하게 살다 가신 분이었다고. 곧 다가오는 성탄절을 생각하면 어릴 적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이 집 앞 계단에 놓여져 있던 걸 기억한단다. 형제 다섯 순서에 따라 도,,,,솔 차례대로 다섯 개의 선물이 있어 둘째였던 금난새님은 레에 해당하는 두 번째 선물을 가져가곤 했다고. 센스 있는 아빠의 이벤트였던 것이다. 책 표지에 보니 자녀들의 한글 이름 짓기에 선구적 역할을 담당해 81년도엔 외솔상을 받으시기도 했단다. 자녀는 금난새, 금내리, 금누리, 금노상 같은 이름이었다. 참신하고 예쁜 한글이다.

 

  목차는 총 4장으로 구성되어 1~3장은 금수현님의 글이, 4장은 금난새님의 글이 실려 있었는데 각 장은 <거리에서 본 풍경>, <사람 속마음 들여다보기>, <생각이 보배다>, <인생은 음악과 같다> 라는 내용이었다. 소제목당 한 페이지 정도의 짧은 칼럼으로 부담스럽지 않게 읽혔다. 이를테면 <현모의 빛나는 보석>이라는 글은 로마시대 부인들이 모여 보석 자랑을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원정간 남편들이 훔쳐온 것들이지만 자랑하기 바빴다. 그 자리에 한 부인만 말이 없어 당신은 왜 아무것도 안 가졌소?” 라고 물으니 그녀가 나는 너무나 큰 다이아몬드가 둘이나 되어서 가지고 다니지 않아요.”라고 대답했다고. 보여 달라는 부인들의 성화에 그녀는 자신의 아이들을 부르며 이 아이들이 보석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현모로 이름난 로마 정치가 그라쿠스 형제의 어머니였다.

 

  곧 겨울방학 시즌이다. 금난새님은 서울예고 교장이 된 뒤 첫 방학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방학 때는 지금까지 레슨 받던 선생님 말고 다른 선생님께 배우도록 하세요.” 다들 놀라는 표정. 아무리 훌륭한 대가도 한계는 있는 법이니 여러 스승을 찾아가 두루 배우면 좋은 뜻으로 이렇게 말하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금난새님도 독일에서 공부할 때 자신에게 지휘를 가르치던 교수님에게 이번 방학 땐 프랑스에 가서 피에르 데르보 선생님께 공부하고 올 예정이라고 이야기하니 , 그거 좋은 생각이군!” 라며 인정하고 격려해주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더욱 지도교수인 라벤슈타인 선생님을 더 잘 이해하고 존경하게 되었다고. 다양한 배움을 위해 활짝 열린 마음이 멋져보였다.

 

  금난새님 하면 웃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의 유난히 해맑은 웃음이 아마 아버지 금수현님을 닮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