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아리아 - 스물세 편의 오페라로 본 예술의 본질
손수연 지음 / 북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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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아리아

 

  내가 좋아하는 분야다. 음악, 미술. 난 학교 다닐 때마다 하는 적성검사에서 예술계통에 종사하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이 매번 나왔지만 정작 지금 직업은 그것과 상관이 없다. 하지만 좋아하는 건 취미와 특기로 발전해 미술작품 감상하러 전시회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시립합창단의 공연이나 오케스트라 연주회, 오페라 등 음악회도 참 좋아한다. 그래서 이 책에 더욱 눈길이 갔는지도.

 

  아리아는 오페라나 칸타타, 오라토리오 등에서 나오는 독창부분으로 알고 있는데 단연 먼저 떠오르는 화면은 오페라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을 부른 조수미의 모습이다. 천상의 아리아라고도 불리는 그녀의 모습을 곧잘 영상으로 접했다. (직접 보면 얼마나 좋을까?) 주인공의 감정이 가장 북받쳐 오르는 순간 부르는 노래라 더욱 격정적으로 감정이입이 잘 되는 구간이다. 그래서 아리아가 오페라의 백미, 상징이라고도 하는가보다.

 

  작가는 서사가 깃든 음악과 그림을 통해 멀게만 느껴지는 예술 오페라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줬다.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기에 책장을 넘기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무렵 단골로 공연되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에서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 소개되어 있어 먼저 읽어보았다. 그 그림은 마네의 작품 <폴리 베르제르의 바>였다. 멍하니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그림 속 여인. 폴리 베르제르의 실제 여종업원인 쉬종의 무심한 눈동자는 주변의 떠들썩한 분위기와 대조적이기에 더 허무해보였다. 인상적인 것은 배경의 거울 속 그녀는 손님과 몸을 기울여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화가 마네는 실제 쉬종이 시끌벅적한 바에서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는 있지만 정작 그녀의 내면은 정면에 보이는 것처럼 공허하고 무감각한 상태라는 것을 표현하려는 듯 보인다. 19세기 후반 파리에는 무작정 상경한 젊은이들이 많았다. 이들의 안타까운 사랑을 다룬 라 보엠은 1막에서 파리 옥탑방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가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낭만적으로 그렸다. 로돌포와 미미의 만남은 크리스마스이브에 황홀하게 시작된 두 연인의 애틋한 사랑을 예고했지만 가난과 생활고로 비극을 맞는다. 저자는 영혼이 비어버린 듯 한 쉬종보다 짧은 순간이나마 진정한 사랑에 반짝였던 미미의 청춘을 더 아름답게 느꼈다고 소회했다.

 

  이 외에도 스물 세 곡의 아리아와 스물 세 편의 그림에서 저자가 느꼈던대로 연민의 감정이 나도 많이 느껴졌다. 공연예술전문 월간지 <더 무브>아리아가 있는 풍경이라는 칼럼을 묶은 이 책은 오페라에 대해 음악이 있는 드라마라는 느낌을 주었다. 수많은 상징과 알레고리가 담겨있는 명화를 삽입하여 음악과 미술의 서사가 일치함을 보여준 저자의 식견이 멋지다. 이 겨울 나의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들로 가득한 이 책을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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