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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도 버거운 당신에게 - 심리 상담가가 들려주는 자존감 회복 수업
베라.제이 지음, 김미선 옮김 / 넥서스BOOKS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신선했다. 저자의 일방적인 위로, 이론이 나열되어 있지 않고 상대방과 대화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책은 베라라는 심리상담가가 자기계발서 작가로 활동하는 친구 제이와 이야기한 내용을 담았다. 졸업 후 소식이 끊겼던 초등학교 단짝인 제이. 수년 만에 받은 연락으로 반가운 마음에 만사를 제쳐두고 한걸음에 달려가 그를 만났다. 제이는 자신을 ‘마음의 치료사’ 라 명명했다. 베라가 사람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면 제이는 그것이 아니라 마음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고. 그러면서 자기계발에 대한 잡다한 이론이나 일반적 이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했다. 베라도 심리치료에 대화요법이라는 것이 있어 그의 말에 흥미를 가졌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 어떻게 마음의 문제를 낫게 할 수 있을까? 하고. 그래서 바로 그날부터 매주 토요일 저녁 6시 반에 카페에서 만나 그에게 ‘마음 치료’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이 책 <위로도 버거운 당신에게>는 총 6번의 만남으로 이루어져 세상, 인정,미래,자신,행복,의존이라는 소재에 관해 다뤘다. 첫 번째 토요일 밤에 만나 세상에 관하여 나눈 이야기는 ‘타인은 지옥인가?’ 라는 주제였다. 이 말은 사르트르가 한 말이었는데, 제이는 영화 ‘타이타닉’을 통해 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타이타닉호가 침몰 직전 한 쌍의 부부가 아주 어렵게 구명정 앞에 도달했는데 안타깝게도 두 명이 아닌 한명만 태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남편은 아내를 포옹한 후 잽싸게 구명정 위로 올라타 버렸다. “아내는 뭐라고 소리쳤을까? 일반적인 상식으로 생각하면 틀림없이 배신자 남편을 욕했겠지.” “글쎄, 뭐라고 했는데?”
남편은 혼자 돌아가 홀로 딸을 키우고, 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딸은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 그의 일기를 발견했다. 거기엔 아버지가 그날 혼자서 구명정으로 뛰어들었을 때의 상황이 써있었다.‘다시 되돌아가서 당신과 함께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싶단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르오. 당신의 마지막 한마디를 듣기 전까지 나는 한 발짝도 뗄 수 없었다오...’ 마지막 한 마디는 바로 “여보, 우리 딸을 잘 돌봐 줘요.” 였다.
제이는 입을 열며 “이건 단순히 감동적이기만 한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동을 쉽게 판단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면 반만 맞춘 거야.” 라며 또 다른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어리석은 나귀> 라든지, <나희 효과>같은 내용부터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내용에 이르기까지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로 가득했다. 둘의 대화는 마치 내가 곁에서 함께 듣고 있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졌고, 어릴 적 책을 읽던 방식처럼(엄마가 동화책을 읽어주듯) 포근하고 따뜻했다. 덤으로 얻는 위로와 교훈은 삶의 자양분이 되기에 충분했다.
‘심리우화 ’라는 소재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니 새로웠다. 위로보다 역시 이야기의 힘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