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상처도 꽃잎이야
이정하 지음 / 문이당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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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상처도 꽃잎이야

 

  이정하님의 시집이 나왔다. 제목의 전제는 당신을 사랑하는 한, 포기하지 않고 나의 길을 가고 있는 한.’ 상처받지 않고 사랑할 수는 없다. 그 상처마저 꽃잎이라고 이야기하는 시인의 사랑이야기를 들어보자.


  시집은 4장으로 이뤄졌다. 시 중간 중간 흑백의 사진을 끼워 넣은 채.

1_길이 되어 당신께로_속절없이 지더라도 행복했다 지극히 사랑했다는 것으로

2_그 소년은 어디 갔을까_그때의 나는 어디 가 있을까 그때의 푸른 꿈은 또 어디에

3_만나면 헤어지고_내 몸을 전부 태울 만큼 센 화력으로 그의 마음을 데웠는가?

4_여명_잊으려 하면 할수록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이 있었으니

 

  시인은 사랑에 빠진 자신을 숲에 너무 깊이 빠졌다고 표현했다. 들어가긴 했는데 나올 길을 찾지 못했다고. 한평생 헤매 다닐 것만 같다고. 길이 나지 않은 숲을 서성이는 모습이 헨젤과 그레텔의 그들처럼 애처롭지만은 않은 까닭은 그 숲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리라. 혹여 길을 잃더라도 괜찮다고.

 

  2장에 수록된 시 나는 강도다에서는 이 시집에서 이야기하는 사랑이 단지 남녀 간의 사랑만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87세의 엄마에게, 잘 나간 한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늘 돈에 곤궁한 막내아들이 딱하고 아픈 손가락이다. ‘한평생 내어주고도 얼마나 더 내어주시렵니까라고 묻는 시인은 당신의 강도다. 우리 엄마가 떠올랐다. 시집 간 딸이 시집가기 전부터 입은 허리까지밖에 안 내려온 숏패딩을 여전히 입고 다니자 당장 홈쇼핑에서 159천 원짜리 퓨* 브랜드 롱패딩을 결제해버렸단다. 9개월 할부로. 난 시집가도 여전히 우리 엄마의 걱정만 안겨드리는 못난 딸이다. 사드리려면 내가 사드려야지 날강도가 따로 없다.

 

  3장에서는 화목난로가 가장 인상 깊었다.

너는, 네 몸을 전부 태울 만큼 센 화력으로

그의 마음을 데웠는가?

 

고작 장작 몇 개만으로

깔짝깔짝대기만 했던 것은 아닌가?

 

혹시나, 잠깐 불이나 쬐려고 다가온 그에게

너 혼자 그의 마음을 데우려고 애쓴 것은 아닌가?

 

  스쳐지나간 그들이 생각난다. 대학교 2학년 때 교양수업으로 음악의 이해를 들었는데 그때 조별 발표를 같이 준비했던 공대3학년 오빠가 꽤 멋있었다. 섣불리 다가가 내 마음을 표현했던 게 아쉽다. 좀 더 지켜볼걸. 다가오길 기다릴걸. 충분히 시간을 가졌더라면 그가 먼저 내게 마음을 이야기했을지도 모르는데. 스물한 살 나의 뜨거움으로 그는 손을 데었다. 움찔 놀란 그는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사랑과 이별만큼 흔한 소재도 없다지만 이것 빼면 인생에 남는 것이 무엇일까? 그래서 이것은 시간이 지나도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단골소재인가보다. 어느 사랑이야기, 이별이야기를 들어도 나에게 대입할 수 있는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정하님의 시집은 그래서 더 실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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