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수 있게 되니, 머물 줄 알게 됐다 - 3주간의 디지털노마드 실험기
날으는돌고래 지음 / 델피누스(Delphinus)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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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수 있게 되니 머물 줄 알게 됐다

 

 날.으는 돌고래(나는 돌고래가 표준어라 자동 변환되기에 부득이하게 .을 붙임)라는 필명을 가진 필자는 3주간의 디지털노마드를 실행했다. 디지털노마드? 일과 주거에 있어 유목민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도 창조적인 사고방식을 갖춘 사람들을 뜻한다고 사전에 나와 있었다.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 리가 199721세기 사전에서 처음 소개한 용어라는데. 각설하고, 우리 동네 별다방이나 할리*카페에도 노트북을 이용해 업무를 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업무를 보는지 서핑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 요지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게 가장 큰 특징일 터. 휴양지에서도 노트북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을 보니 쉬러 온 건지, 일하러 온 건지 구분은 되지 않았지만(쓰다보니 왜 디지털노마드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으로 써지는 거지?) 나도 사무실을 벗어나 훌쩍 어디론가 떠나 탁 트인 곳에서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디지털노마드 바라기(?).

 

  필자는 장소에 상관없이 비슷한 매일을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한다. 지구 어디서든 내 집처럼 지낼 수 있다면, 우주의 먼지 같은 자신이 조금은 더 단단한 사람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프리랜서였고 적당한 때에 미련 없이 퇴사했다. 그녀가 마지막 퇴근길에 찍은 사진은 버스정류장이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을 것 같다. 그때가 29, 2016년이었는데 그때의 소회는 이렇게 적었다. “마지막 퇴근길. 잠시였지만 인생을 걸어보고 싶을 만큼 좋아했다.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래도 돌아보진 않을 거다. 앞으로 딱히 회사 생활을 할 것 같진 않다. 애당초 안정적인 월급쟁이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어떻게 먹고살지는 차차 궁리해봐야 한다.”

 

  언어에 욕심이 많아 5개 국어를 통달하는 게 목표였던 그녀는 사실 목록에 없던 스페인어를 배우게 됐다. 마추픽추 있는 페루나 소금사막이 있는 볼리비아도 아닌, 사전 지식이 전무했던 에꽈돌에 가기 위해서!

 

  3주 동안 주로 해야 할 일은 책 한권 분량의 원고를 윤문하는 일, 그리고 외딴섬을 따라다니며 취재했던 프로젝트의 결과 보고서를 수필집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최소 6시간 이상은 집중해서 일할 것이라는 나름의 규칙을 정했다. 그러니 에꽈돌은 놀러간게 아니다. 하지만 많은 경험을 안겨주었다. 에꽈돌에서의 패러글라이딩, 베네수엘라에서 생계를 위해 탈출을 감행한 햄버거 노점 사장님과의 만남, 역시 불경기로 베네수엘라에서 온 가족이 도망쳐 나왔는데 식구들은 뉴옥으로 이사가고, 본인만 남미 전역을 몇 년째 여행중이라는 다니엘과의 만남 등(진짜 노마드가 여기 있었다.)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했다. 집과 업무 공간은 분리하고 싶은데 카페를 돌아다니기는 귀찮아 워워크에 자리를 하나 얻었다고 했다. 돌아와 다시 입사를 결정한 이유는 몇가지였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합리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정립해보고 싶어서.

-실력있는 동료들이 선호하는 조직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기술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를 배우고 싶어서.


 여전히 다니고 있는 이유는 떠날 수 없어 억지로 붙어있는게 아니라, 떠날 수 있지만 머물기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디서든 비슷하게 살 수 있으려면 일상을 최대한 단조롭게 유지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그녀는 일하고, 책읽고, 근력운동하고, 자전거타고, 스트레스 받으면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이 있는 곳. 이렇게 다섯 가지만 충족된다면 어디서든 살 수 있다고 자부했다.

 

  또 다시 떠나고 싶어지게 되면 그땐 기여할 수 있는 게 없거나, 배울 수 있는게 없거나, 재미가 없거나 이 셋중 하나라도 계속 지속되는 때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콰돌을 다녀온 그녀는 일탈이라는 여행보다 일상의 디지털노마드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되새겼다. 그녀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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