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마르는 시간 - 그럼에도 살아볼 만한 이유를 찾는 당신에게
이은정 지음 / 마음서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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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마르는 시간

 

 엊그제 월요일은 매우 추웠다. 아침에 영하의 날씨였으니 내 체감온도는 더욱 바닥을 향했다. 그날따라 마음이 많이 속상했다. 출근길은 운동삼아 1시간씩 걸어 다니는데, 칼바람을 맞서 걸어가며 눈물과 울음으로 점철된 내 모습을 누군가 보았다면 참 불쌍하게 보았을 듯싶다. 그러나 터진 울음을 맘껏 토해버리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시원해졌다. 눈물에 인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당신도.

 

  저자 이은정님은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심리학을 공부했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산문을 썼고, 꿈을 이루기 위해 소설을 썼다. 결국 2018년 단편소설 <개들이 짖는 동안>으로 동서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눈물과 결핍 때문에 작가가 되었다고 했다. 그녀는 수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에둘러 포장하지 않고 오해를 불러오는 은유도 하지 않고, 그저 진실 하나로 사람을 웃기고 울리는 수필 같은 사람. 나도 그렇다. 문학상에서 제일 상금이 적고 신춘문예에선 완전히 사라진 영역이지만 일기같이 내 마음을 어루만지고 버텨줄 수 있는 그런 사람.

 

  생이 흔들릴 때 그녀는 버티기 위해 글을 썼다는데 주로 울면서 썼고 쓰고나서 울기도 했다. 저자의 마음은 눈물이 소재고 글이 치료약인 것 같다. 눈물은 슬퍼서 나오기도 하지만 기뻐서, 살면서 불현 듯 흘리기도 한다. 가장 정직한 순간일 것이다. 거미가 힘겹게 거미줄을 쳤는데 의도치 않게 내 얼굴이 거미의 집을 무너뜨렸을 때, 그때 거미의 생도 흔들렸을 거다. 거미는 울었을까. 다시 묵묵히 거미줄을 쳤을까. 왠지 후자일 것 같지만 우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라 자신한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겐.

 

  저자의 산문은 빨간머리 앤의 독백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가 소녀에서 좀 더 성숙한 여성이 되어 눈물의 의미를 제대로 알았을 때 건넨 위로랄까? 이은정님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다는 지금, 이 책처럼 나도 텍스트로 나의 순간을 기록해두고 싶다. 꺼내보고 싶은 날이 많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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