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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으로 산다 - 왕양명의 《전습록》 읽기 ㅣ 이음 클래식 2
임홍태 지음 / 문헌재 / 2019년 11월
평점 :
주체적으로 산다
고등학교 학창시절 윤리시간이 즐거웠다. 윤리선생님이 동서양의 철학을 매우 재밌게 가르쳐주셨기 때문이다. 그때의 좋은 기억으로 난 대학에 들어가서도 교양수업을 종종 철학과 관련된 수업을 듣곤 했다. <철학과 사상>이란 수업에서는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양명학>에 대해서 발표했던 기억도 난다. 난 예전부터 성리학사상에 반대하여 확립된 양명학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 서평도서 <주체적으로 산다> 읽기를 더욱 기대했던 것도 있다. 책은 왕양명의 <전습록>을 새롭게 읽는 시도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양명의 사상은 마음이 곧 이치라고 주장하며, 공부하는 이의 주체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제목 또한 주체적으로 살자고 하는가보다.
전습록은 왕양명의 제자들이 평소 선생의 말씀과 학문을 논한 편지글을 모아 기록한 것이라 주로 물음과 답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양명학은 그가 겪은 경험 속에서 깨닫고 실천한 체험적 진리가 점철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주자학에서 주장하는 심과 리의 구별, 사물의 이치를 마음 밖에서 구해야 한다는 것을 반대해 심즉리를 주장한 양명은 나아가 앎과 실천이 분리될 수 없다는 지행합일을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치양지라는 세글자로 압축하여 그의 사상을 표현할 수 있는데, 마음의 본모습을 실현하고 오염된 마음을 바르게 하여 마음의 본모습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책은 총 11장으로 <뜻을 세우다>부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양명의 사상을 전달하고 있다. 책을 읽어가며 교수님께 대학수업을 듣는 기분도 들었고, 도서관에서 전문강사분을 모셔 강의를 듣는 기분도 들었다. “마음은 한 덩어리의 혈육이 아니라, 무릇 지각하는 곳이 바로 마음이다. 예를 들어 눈과 귀는 보고 들을 줄 알고, 손과 발은 아프고 가려운 것을 아는데, 이 지각이 바로 마음이다.” 우리는 말과 행동을 통해 마음을 표현한다. ‘말은 마음의 소리’ 라고 하는 까닭도 여기 있다. 마음이 언제나 정확한 판단을 내리려면 선천적인 의식에 의지함과 동시에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정확한 의식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 주관적인 억측에 기대서는 안 된다. 우리가 독서하는 목적은 왕양명이 말하는 ‘양지’를 밝히는데 있다. 어떤 지식을 기억하거나 쌓아두기만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보고 들은 것이 많아도 그것을 가슴속에만 남겨두는 것은 과식 후 배탈이 난 상황과 매한가지라고 이야기했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저 지식을 습득하고자 하는 욕심에 무비판적으로 지식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배운 지식을 마음속에 뿌리내리고 자기 사상으로 바꾸며, 이를 보다 탄력 있게 운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책 표지에도 나무를 심는 사람은 반드시 나무의 뿌리를 북돋아야 한다는 문구를 크게 실어놓았다. 역시 공부하는 이의 주체성을 강조한 양명의 가르침이다. 과거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에도 사상과 지식에만 얽매여 변화되지 않는 자신을 자각하고 깨닫기를 바라는 그의 바람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