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 혼자 있는 시간의 그림 읽기
이동섭 지음 / 홍익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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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45, 나의 그림산책

 

  나는 명화가 실린 책을 좋아한다. 일단 컬러로 눈을 환하게 만들고, 미술관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있는 듯 한 기분이 들어 유쾌하다. 예술작품으로 인문학을 이야기하는 이동섭님의 <새벽 145, 나의 그림산책>은 좋은 그림을 혼자 보는 외로움과 혼자 봐서 좋은 그림을 즐기는 은밀함이 부딪혀 한 줌의 생각들이 솟아나는 경험을 책으로 엮어 우리에게 소개했다.

 

  보통 목차를 보면 명화의 제목이 함께 나열되어 있곤 한데, 이 책은 에세이에 더 가까워 이 내용엔 어떤 그림을 소개할까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를테면 <교언영색해야 잘 산다>라든지 <예민과 예리, 섬세와 세심>라는 제목의 글엔 저자가 어떤 그림을 함께 이야기할까? 전자는 아마데오 모딜리아니의 <모자를 쓴 잔 에뷔테른의 초상>이었다. 교언영색은 말을 유창하게 하고 얼굴빛을 잘 꾸미는 사람치고 어진 이가 드물다는 뜻인데, 요즘은 겉과 속이 달라야만 성공할 수 있단다. 미소 지으며 상대가 듣기 좋은 말을 잘하면 인간관계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따라서 사회관계의 비법은 교언영색이다. 내가 갑이 되어도 갑질하지 말고 교언영색해서 상대의 기분을 좋은 얼굴로 대하자는 저자. 잔 에뷔테른의 표정이 살짝 미소를 머금고 있지만 속은 모르겠다. 저자의 말에 100% 동의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표정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후자의 제목엔 왠지 고흐의 작품이 실릴 것 같은 예상을 잠깐 했는데, 맞았다! 고흐 성품이 좀 예민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예리하게 세상을 보고 예민하게 느끼되 상대를 따뜻하게, 섬세하게 느끼고 세심하게 반응하는을 내 삶의 태도로 삼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을 바라보고 새끼 손가락을 꼬집으며 그것을 되새긴다.”는 저자의 마음을 나도 닮고 싶다.

 

  책은 그림을 집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마치 함께 새벽에 산책하듯이 조근조근 마음의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그 그림들은 우리를 인정하고 위로하고 감싸준다. 오늘은 거울을 보며 내게 보이는 자화상을 생각한다. 냉정하게 나 자신을 타자로 인식할 수 있을까? 무참할 정도로 자신에게 솔직했던 렘브란트와, 쿠르베, 빈센트의 자화상을 보며 내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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