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파출소 우리 그림책 32
홍종의 지음, 서미경 그림 / 국민서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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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파출소

 

  처음에 제목만 봐서는 파출소 이름이 <문의파출소>라는 걸 모르고 파출소에 무언가 문의하라는 내용인가? 하고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알고 보니 실제로 청주에 있는 <문의파출소>에서 일어난 유쾌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책이었다. 할아버지의 닭을 잡아먹은 범인, 수리부엉이가 등장한다. 무려 한 달간 양계장을 습격해 닭을 11마리나 잡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양계장 주인할아버지는 화가 나서 인근 문의파출소로 향했다. 몸길이 70cm의 대형 수리부엉이를 붙잡아서 말이다. 재물 손괴죄를 지은 수리부엉이는 경찰에 약 3시간 구금되었다가 야생동물보호협회에 넘겨져 인근 야산에 방생되었다. 할아버지 또한 졸지에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를 잡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법을 어긴 꼴이 되었다. 할아버지는 수리부엉이의 닭 도둑질을 용서하면 안 되겠냐고 그러면 내 잘못은 없어지냐고 물었다. 경찰은 잘못을 잘 타이르는 훈방 조치로 할아버지와 수리부엉이(?)에게 걱정을 덜어주었다. 할아버지는 닭장 문을 잘 잠그고, 부엉 씨도 남의 닭을 훔쳐 먹지 말고.

 

  이 책의 배경이 된 사건을 기사로 찾아보니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할아버지는 애초 천연기념물이니 해치지 않고 억울한 마음을 호소하고 보상받을 길을 찾으려던 마음이었다고 했다. 문의파출소는 동물보호단체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해 할아버지와 수리부엉이 사이를 중재하는 훈훈한 합의를 끌어내 화제가 되었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수리부엉이를 고발했을까? 할아버지의 순박한 분노가 이해된다. 잡혀 온 수리부엉이가 눈을 꿈벅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 그림에서 생생하게 전달된다. 또한 주민들의 치안에 애쓰며 대청호 주변을 밤샘 순찰하는 성실한 경찰의 모습까지 그려 푸근한 사람 냄새를 전달한다.

 이 책은 단지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발들로 동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숲과 습지에서 쫓겨난 생명의 먹이사슬을 무너뜨린 인간의 잘못을 깨닫는 교훈도 함께 주고 있는 것 같다. 높은 산에서 서식하는 보기 힘든 수리부엉이가 어떻게 민가까지 내려와 닭을 잡아먹었을까? 절박한 생활형 범죄였을 것이라 여겨진다. 종종 멧돼지가 도심에 출몰하는 것도 비슷한 경우일 것이다. 인간과 자연의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운이 남는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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