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 은밀하고 뿌리 깊은 의료계의 성 편견과 무지
마야 뒤센베리 지음, 김보은.이유림.윤정원 옮김 / 한문화 / 2019년 10월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이 책은 의학의 성차별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목이 확! 이목을 끌만큼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저널리스트이자 페미니스팅닷컴이라는 웹사이트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는 마야 뒤센베리의 저서로 의학계의 젠더에 대한 편견이 오늘날 여성들에게 어떤 해악을 미치고 있는지 포괄적인 관점을 보여준다.

  여성과 남성이 근본적으로 다른 신체를 갖고 있는데, 의학의 임상연구와 진료는 구분 없이 천편일률적인 모델을 적용한다. 다양한 질병에 대해 위험요인부터 약물 반응까지 모든 면에서 다르다는 증거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게으르고 나쁜 과학과 의학은 여성을 무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증상은 우울이나 불안, 스트레스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참 많다. 왜 과소평가할까? 무의식적으로? 구조적인 문제로? 수세기동안 서구의학은 여성의 병적 증상을 히스테리라는 단어에 뭉뚱그려 치부해버렸다. 신체적 증상을 심리적 문제로 전환시켜 심인성 질환으로 둔갑시켜 버렸다. 게다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책은 젠더 편향이 의학 지식과 여성이 받는 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초점을 맞췄다.

  과거 서양의학은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하위집단으로 간주했고, 명백하게 다른, 바꿀 수 없는 생식기관 때문에 여성은 약하고, 비정상적이며 본질적으로 병들기 쉽다고 여겨졌다. 히스테리의 망령을 잇는 자가면역질환에 대해 알아보자. 자가면역질환에 걸린 사람의 3/4가 여성인데 이를테면 류머티즘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 루푸스나 하시모토병이 그것이다. 물론 남성에게 더 많은 자가면역질환도 있다. 이 질환은 그저 불평 많은 환자로 무시당하기 십상이었다. 많은 사례의 환자들이 이를 토로했다. 통증이나 견딜 수 없는 피로를 호소하는 여성들에게 충분한 검사와 진단이 병행되지 않은 채 화병이나 우울증으로 판단해버리는 의료계는 각성해야 한다. 여성들의 의료계를 향한 불신 또한 깊어지게 만들었기에. 의학, 과학에 앞서 사회적인 차별과 억압이 전제된 역사와 현실에, 이제는 진료실을 포함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변화시킬 의무를 우리 모두 실행해야 하겠다. 의료계의 성편견과 무지의 단면을 보여준 보고서 같은 이 책은 남녀 모두의 시각을 바꿀 수 있도록 경종을 울려준다.